멋진 풍경 앞에 섰을 때, 마음에 꼭 드는 그림을 만났을 때, 편안한 의자에 몸을 기대거나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워진 공간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때때로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말합니다. “참, 좋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렇게 아주 개인적인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무엇에 자꾸 눈이 가는지, 무엇을 오래 바라보고 싶은지, 무엇을 내 곁에 두고 싶은지. 그런 작은 끌림과 선택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의 취향을 알아갑니다.
16세기 유럽에서는 예술품과 진귀한 자연물, 과학 도구, 낯선 지역에서 온 물건과 개인적인 수집품을 한 공간에 모아놓은 ‘분더캄머(Wunderkammer)’, 이른바 ‘경이의 방’이 등장했습니다. 무엇을 모았는지는 저마다 달랐지만, 그 안에는 세상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것을 가까이 두고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모인 것들은 단순한 물건의 집합을 넘어 한 사람의 관심과 호기심,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하나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참, 좋다 : Collecting Joy》는 그 오래된 마음을 오늘의 일상으로 가져오는 데서 출발합니다.
전시의 중심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온 여섯 작가의 작품이 있습니다. 전통 회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의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김선두, 유리와 실제 빛으로 익숙한 실내를 새로운 장면으로 바꾸는 황선태, 가구와 조각·오브제 사이를 오가며 사물의 형태를 새롭게 상상하는 정그림,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포착해 회화와 도자·나무로 이야기를 펼치는 갑빠오, 친근한 동물의 형상에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질문을 담는 도근기, 익숙한 그리기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과 색으로 마음의 여러 모습을 표현하는 김참새의 작품을 만납니다.
이들의 작품은 가구와 함께 거실과 다이닝룸,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리딩룸처럼 익숙한 생활의 장면을 만듭니다. 편안한 의자와 작은 테이블, 조명, 책 그리고 그 곁에 놓인 그림이나 조각이 어우러지면서 공간은 조금씩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취향을 닮아갑니다. 작품을 전시장 벽에 걸린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좋아하는 작품과 물건을 나의 공간에 들였을 때 어떤 풍경이 만들어질지, 예술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지 자연스럽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공간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의 에디션과 프린트, 빈티지 포스터 80여 점이 한 벽을 가득 채웁니다. 수많은 이미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유독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생깁니다. 어떤 색과 형태에 눈길이 가는지, 무엇을 다시 보고 싶은지 살펴보는 것 역시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방법입니다. 하나뿐인 원작에서 에디션과 프린트, 한 장의 포스터까지, 예술을 가까이하는 방식에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곁에 둔다는 것은 물건 하나를 소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한 그림은 어느 날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이고, 이전에는 지나쳤던 작은 흔적을 새롭게 발견하게 합니다. 작품은 그대로인데 바라보는 사람에게 시간이 쌓이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계속 달라집니다. 좋은 작품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소진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 말하는 Collecting은 거창한 컬렉션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바라보고, 알아가고, 때로는 자신의 공간에 들이는 일입니다. 하나의 선택에서 시작된 경험이 쌓이면 보는 눈이 달라지고 취향도 조금씩 깊어집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모인 것들은 결국 내가 무엇에 마음을 주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나만의 세계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모으는 것은 물건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의 설렘과 선택하는 순간의 기쁨, 그리고 오래 곁에 두며 함께 쌓아가는 시간까지.
이번 전시를 천천히 거닐며 자신의 눈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이유보다 먼저 마음속에 떠오르는 한마디, “참, 좋다.”
어쩌면 그것이 나만의 컬렉션이 시작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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