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24 - ISSUE 67
봄이다. 세계가 핀다.
봄이 도래했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아름다운 향, 매혹적인 색감과 가녀린 외형, 부드러운 촉감으로 오감을 매료시키는 꽃이 만개합니다. 이른 봄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며 부지런히 봄을 장식하는 꽃은 강인함을 상징합니다. 늦가을에 봉오리를 만든 후,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야만 비로소 꽃잎을 피울 수 있으니까요.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굳건한 생명력이 지닌 미덕에 대해 이야기하는 봄꽃. 그 꽃잎을 한 꺼풀 벗겨내면 마주하게 되는 신비로움은 삶에 든든한 영감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봄꽃의 여정은 음악, 그림 같은 예술 작품이나 소설, 시 같은 문학작품에도 종종 등장하죠. 매해 돌아오는 계절임에도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봄과 늘 피고 지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꽃의 아름다움을 탐미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꼽히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꺼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테지요.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제2부 5장 ‘두이노의 비가’의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아네모네의, 초원의 아침을 서서히 열어주는 꽃잎의 힘이여, 마침내 맑게 트인 하늘의 다채로운 소리의 빛이 꽃의 품속으로 밀려 들어간다.” 만지면 찢어질 듯, 여리디여린 꽃잎이 발산하는 힘. 그 속에서 초원의 아침과도 같은 자연의 빛과 소리를 품은 싱그러운 봄의 세계가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