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길이 빚어낸 가치
자이푸르 러그는 러그가 인류의 혼과 정신을 증거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해왔다. 오늘도 자이푸르 러그의 장인들은 숙련된 감각으로 지속 가능한 럭셔리 감성을 펼쳐낸다.
지난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는 ‘인공지능지수 2024(AI Index 2024)’를 통해 인공지능이 이미지 분류, 영어 이해 등의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 또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의성을 활용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으며, 이 양상은 인테리어 산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카펫 시장을 살펴보면 기계의 대량생산과 수공업이 팽팽한 평행선을 이루며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정교한 생산과정을 거쳐 제작되는 수제 러그는 노동 집약적 예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장인들의 노동 환경에서 윤리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제작 과정에서 기계가 ‘찍어낼 수 없는’ 수제 러그만의 가치가 새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요소에 비추어볼 때 인도 프리미엄 수제 러그 브랜드 ‘자이푸르 러그Jaipur Rug’(이하 자이푸르)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1978년 인도 자이푸르에서 낸드 키쇼어 차우드하리Nand Kishore Chaudhary가 설립한 자이푸르는 2500년 전통의 직조 방식을 고집하며 프리미엄 수제 카펫과 러그를 생산해왔다. 단 2대의 직기로 시작해 현재는 4만 명 이상의 장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이탈리아, 영국, 미국등 총 7개국에 진출할 만큼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지 장인의 85%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자이푸르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실현하는 럭셔리를 제안한다. 창립 초기부터 이어지는 경영 철학은 다음과 같다. “비즈니스에서 선함, 공정함, 그리고 사랑을 우선시하면 이윤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입니다.” 9월 5일, 강남점 9층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 어
9월 5일 신세계 강남점 9층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THE LUXURY RUG HOUSE’에서 자이푸르 러그는 장인이 최고급 실크 소재로 한땀 한땀 빚어낸 오리엔탈 스타일의 카펫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인도 프리미엄 러그 브랜드 자이푸르 러그는 대를 이어 전통적인 핸드메이드 생산 방식을 보존해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브랜드 철학은 무엇인가요?
자이푸르 러그의 철학은 장인의 역량 강화와 전통 직조 방식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따라서 러그를 제작하는 장인의 숙련된 기술을 존중하며,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인 장인을 관리자로 대우하는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죠. 특별히 장인들에게 지속 가능한 생계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공예라는 장르가 계속 번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윤리적 소싱과 자체 생산으로 이어지며 모든 공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또 하나, 자이푸르는 전통에 대한 헌신과 함께 혁신을 지향합니다. 현대적인 기술과 취향을 통해 도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매끄럽게 혼합해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러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문명의 온전한 미학을 전하고자 합니다.
브랜드 카탈로그에서 흥미로운 일화를 읽었어요. 창립자 낸 드 키쇼어 차우드하리가 학부 시절, 비즈니스의 정의에 대해 “사랑과 비슷합니다. 문명의 창조자이자 보존자죠”라고 말했다죠. 흔히 이윤 추구라는 관점에서 비즈니스와 사랑은 상충되는 가치로 여겨질 법한데, 자이푸르는 역설적으로 보 이는 비즈니스와 사랑의 융합을 어떻게 실천하나요?
비즈니스와 사랑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생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창립자 낸드 키쇼어 차우드하리는 항상 연민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를 구상했으며, 특히 아름다움과 실용성 외에도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자이푸르 러그의 철학에서 이 대목이 드러납니다. 우선 우리는 자이푸르 러그 장인을 단순한 노동자가 아닌 파트너로 대우하며 신뢰와 창의성이 넘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현재 계획성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만차차Manchacha’ 프로젝트를 통해 장인들이 자신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러그를 디자인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도 자립심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죠. 따라서 자이푸르는 유일무이한 러그를 창조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도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정한 임금, 지속 가능한 관행, 사회적 이니셔티브를 보장하는 것도 구체적인 임무이자 노력이 될 수 있겠네요. 이렇게 공감과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 자이푸르의 브랜드 철학은 고객과의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러그와 장인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고객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고, 진정성과 따뜻함이 깃든 경험을 심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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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따뜻한 경험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러그가 어떤 기능을 하나요?
자이푸르 러그는 촘촘한 스토리텔링을 구현합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엮어내는 노련한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죠.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태피스트리가 아닌 소통과 교감 그리고 경험의 연결 고리를 형성해주는 매개체인 겁니다. 관점을 바꾸어 러그를 ‘경험을 공유하는 그릇’으로 보면 어떨까요?(웃음) 러그의 패턴, 색상, 질감은 문화유산의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전달하는 시각언어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자이푸르 러그를 통해 미적인 요소를 즐기는 한편 러그를 만든 장인들과 사적인 교감도 나눌 수 있습니다.
연결의 통로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오랜 시간 러그를 통해 전통과 현대, 장인과 지역사회를 이어주는 자이푸르 또한 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감사한 말이네요. 1978년 설립 이후, 5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지나오며 직조 기술을 보존한다는 역할에 자부심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결코 말처럼 쉬웠던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매일 빠르게 트렌드가 급변하는 현대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며 자이푸르 러그만의 장인 정신을 유지하는 것, 이 간극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섬세한 외줄타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익성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공정한 임금과 지속 가능한 관행을 보장하는 것에 대한 고민 또한 계속 하고 있고요. 그래도 장인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결과 36퍼센트의 역이주율을 달성했을 때는 보람을 느낌과 동시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명확해지더군요. 이처럼 패스트 패션과 대량생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오랜 전통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세대의 장인을 양성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장인의 손에서만 구현되는 특별 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러그를 제작하는 일은 수 세기에 걸친 전통이 담긴 노동 집약적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유명한 고급 섬유 생산지에서 공급받는 고품질 양모 등 원료를 꼼꼼하게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되고요. 이후 장인들이 양모로 실을 짜는 고된 수작업을 한 후 예술과도 같은 염색 과정이 이어집니다. 현재 자이푸르는 천연염료와 합성염료를 조합해 원하는 색상을 구현합니다. 각 색상은 수작업으로 세심하게 이루어져 제품의 생동감과 수명을 결정짓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모든 제조 과정의 핵심은 직조에 있습니다. 숙련된 장인들이 전통적인 수작업 베틀을 사용해 고유한 패턴과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매듭 하나하나를 일일이 완성하는 이 과정이야말로 장인 정신의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인내심과 정밀함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정이죠. 직조가 완료되면 세탁, 품질관리 등 18가지 마감 공정을 거칩니다. 각 단계는 러그의 내구성, 유연성 및 아름다움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독창성과 헌신의 이야기가 담긴 걸작과도 같은 러그가 탄생합니다.
현재 이탈리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있죠.
2천5백 년 전통을 바탕으로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브랜드로서 협업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함께 일할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기준은 전통과 혁신의 균형, 즉 전통을 보존하는 동시에 혁신을 수용하려는 노력에 중점을 둡니다. 창의적 비전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장인 정신, 지속 가능성, 문화 존중이라는 핵심 가치에 공감하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전통적 디자인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을 갖춘 디자이너라면 더욱 좋겠죠. 전통의 틀 안에서 가능한 혁신의 범주를 알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입할 수 있는 재치 있는 인재 말이죠. 전통과 혁신의 균형이 맞춰질 때, 시대와 지역의 한계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제품이 탄생하니까요. 또 문화적 감성의 깊이도 중요한 요건으로 작용합니다. 다채로운 출신과 배경을 지닌 장인들과 협업하려면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깊고 폭넓어야 합니다. 그런 이해력 있는 태도에는 편견 없는 자세와 수용력 또한 수반되겠죠. 디자이너는 장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9월 5일부터 약 한 달간 오픈하는 신세계 팝업 스토어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현재 흥미로운 양상으로 나아가는 러그 시장 트렌드 속에서 한국과 서울을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카펫 시장이 확대되면서 러그 디자인 환경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개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제품을 찾으려 할 것이고, 따라서 개인 맞춤화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될 것입니다. 한편 장인 정신과 독특한 수공예처럼 전통 가치를 지닌 현대적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이 진정성과 개인적 유대감을 갈망하며 핸드메이드 러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죠. 또 다기능적이고 유연한 생활 공간 트렌드가 러그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현재 주거 공간의 활용도를 살펴보면 더욱 유동적이고 다용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연한 용도에 따라 매끄럽게 전환할 수 있는 러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아우르면서도 쉽게 재배치하거나 맞춤화할 수 있는 다용도 모듈형 러그 디자인이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시시각각 발빠르게 변모하는 트렌드 틈새에서 발견한, 한국의 아름다움과 부합하는면 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신세계 팝업 스토어에서는 미니멀리즘, 조화,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키워드 삼아 둘러보길 추천해요. 풍부한 질감과 전통적 모티브를 선사하는 ‘타트밤’ 컬렉션, 예술적인 핸드 드로잉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매력을 갖춘 ‘프리 버즈’, 현대적 공간에 적합한 ‘어반 포즈’ 컬렉션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번 팝업 스토어를 통해 서울의 활기찬 문화나 신세계백화점의 정체성에서 영감받은 요소를 접목할 기회를 열어두고자 합니다.
THELUXURYRUGHOUSE |
editor Kim Minh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