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보양식
蔘 鷄 湯
삼 계 탕
2020/7 • ISSUE 27
editorKim Jihye writerGo Young 음식 문헌 연구가 photographerSim Yunsuk stylistKim Jinyoung
"일기에서 ‘먹었다’가 아니라 ‘복용[服]’했다고 했으니
인삼과 닭고기로 곤 액을 그야말로 본격적인 약으로 여겼다는 뜻이다."
닭과 인삼, 약과 보양 그리고 맛의 음식
1894년 갑오농민전쟁이 터지고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에 끼어들더니, 7월 아산만 입구 풍도 앞바다에서는 청일 양국의 해전이 벌어진다. 충돌은 땅으로 번져, 성환전투는 청나라 군대의 패배로 끝났다.
이 난리 통에 호서의 양반가는 피란을 떠나야만 했다. 서산, 면천, 천안 등지에 근거지를 둔 호서 양반 대교 김씨는 신주를 땅에 파묻고
피란 짐을 쌌다. 대교 김씨의 아내는 피란길에 지독한 몸살에 걸린다.
급한 처방은 ‘닭기름’. 차도가 없자 다시 쓴 처방이 닭에 인삼 세 뿌리
를 더해 곤 ‘삼계음蔘鷄飮’이다. 막연한 닭국, 백숙, 연계백숙軟鷄白
熟이 아니라, 오롯한 ‘삼계’의 등장이다. 어떻게 해 먹였을까. ‘삼계’
라는 말을 품은 대교 김씨의 <피란록避亂錄>을 더 읽어보자. 아내에
이어 아이도 병이 나자, 이번에는 닭 한 마리에 황기 한 냥을 달여 먹였다. 그야말로 곰[飮]이자 탕蕩이다.
거물 정치인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이 사망 직전까지 쓴 일기에는 ‘삼계고蔘鷄膏’ 또는 ‘인삼계고人蔘鷄膏’를 복용하는 대목이
있다. 엉길 만큼 진한 즙액을 ‘고’라고 한다. 일기에서 ‘먹었다’가 아니라 ‘복용[服]’했다고 했으니 인삼과 닭고기로 곤 액을 그야말로 본격적인 약으로 여겼다는 뜻이다.
이렇듯 옛사람들에게 이 계통의 곰, 또는 탕은 약성을 띠길 바라
달이고 곤 ‘약’이었을 테다. 그런데 인삼은 국물의 풍미도 닭고기의
풍미도 한결 북돋는다. 인삼(또는 인삼 같은 향을 내는 부재료)과 닭을 함께 고아 먹는 방식은 자연 발생했을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앓는 이가 쉬이 넘길 수 있는 약이었겠지만, 어느 순간
약보다는 음식의 의의가 압도하게 되었을 테다.
이에 앞선 문헌에서는 ‘삼계’와 같은 말, 삼계탕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저 지구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는 닭고기와 그 국물을 맛나게 요리해 먹자는 노력을, 우리 선조들 또한 우리 역사와 문화 안에서 해나간 것이다. 예컨대 조선의 국정과 왕의 동정을 기록한
<일성록日省錄>이나 왕실 의례와 행사 기록인 의궤儀軌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닭 요리는 ‘연계증軟鷄蒸’, 곧 ‘연한 닭으로 한 찜’이다. 한편
이규경(李圭景, 1788~?)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미식을 탐닉하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한 음식 가운데 찜으로는 갓 낳은 송아지찜, 갓 낳은 돼지찜(애저), 소돼지꼬리찜, 소갈비찜과 연계찜[軟鷄蒸]을 거론했다. 여기서는 약성이 문제가 아니다. 알을 낳을 만큼 낳고 늙어버린 닭의 고기보다는, 역시 부드러운 어린 닭
또는 살집이 잡힌 병아리 한 마리가 통째 먹기에 좋았다는 말이다.
현대 삼계탕의 원형은 한국인의 인삼과 닭의 약성에 대한 통념, 보양에 대한 기대, 재료가 어울려 내는 좋은 맛에 대한 기대를 이어받아, 20세기 전반에 출현한다. 오늘날 삼계탕의 기본은 내장을 뺀 닭에 인삼, 대추, 찹쌀을 채워 넣고 푹 고는 방식이다. 거의 비슷한 요리 방법이 방신영(方信榮, 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1917년판) ‘닭국’ 항목에 나온다. “닭을 잡아 내장을 빼고 발과 날개 끝과 대가리를 잘라버리고 배 속에 찹쌀 세 숟가락과 인삼 가루 한 숟가락을 넣고 쏟아지지 않게 잡아맨 후에 물을 열 보시기쯤 붓고 끓이나니라.”
그저 삼과 닭을 함께 곤 것이 아니다. 한 마리를 통으로 쓰고, 찹쌀과 인삼(가루)으로 닭 속을 채운다는 구체적인 방식이 오롯하다. 방신영과 동시대에 활약한 요리연구가 이용기(李用基, 1870~1933) 가 <증보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增補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36) 에 실은 ‘백숙 만드는 법’도 이어 살필 만하다. 이용기는 이 항목에서 영계백숙을 거론하며 “여름에는 제일등 보양하는 것이니 혹 인삼 먹는 이는 삼을 넣어 함께 고아도 매우 좋으니라”라고 했다. 해방 이후 인삼농업과 양계업의 병진은 삼계탕이 대도시의 사철 요식 및 여름의 유별난 별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든든한 동력이 되었다. 예컨대 언론인 조풍연(趙豊衍, 1914~1991)은 <서울잡학사전>(1989)에서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다”라고도 했다.
요리연구가의 삼계탕 한 그릇
신세계 한식연구소 박종숙 고문이 제안하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삼계탕 레시피.
해물삼계탕
여름 보양 대표 해산물을 더한 별미 삼계탕이다. 해산물을 부재료로 사용할 경우 전복 등 조개류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끓여야 국물이 시원하다. 낙지는 펄을 잘 문질러 씻은 다음 통으로 끓이되 머리를 먼저 넣고 다리는 조금 후에 넣어야 질겨지지 않는다. 새우는 등 쪽 내장을 빼고 먹기 직전에 껍질째 넣어야 부드럽다. 닭이 어느 정도 익으면 국물에 전복과 낙지, 대하를 넣어 끓인다.
재료
토종닭 12호 1마리, 불린 찹쌀 1과 1/2컵, 수삼 2뿌리, 대추 5알, 밤 3개, 통마늘 5개, 은행 5알, 전복 2마리, 낙지 1마리, 대하 3마리, 생수 2.5L, 생강 3쪽, 송송 썬 대파 1컵, 소금·후춧가루 약간
들깨토종닭곰탕
진한 국물을 내는 닭 요리다. 닭은 네 토막 내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향신채와 함께 1시간 정도 끓인다. 익은 닭 살은 발라내 찢고, 뼈는 약한 불로 30분 정도 더끓여 진한 닭 육수를 만든다. 닭 살과 얄팍하게 썬 삶은 죽순, 밀어서 먹기 좋게 찢은 더덕, 통으로 데쳐 찢은 느타리버섯 등을 합해 양념한다. 냄비에 국물을 붓고 끓으면 양념한 닭 살과 부재료, 숙주를 넣고 다시 끓인다. 5cm 정도 길이로 썬 쪽파와 부추, 반 갈라 씨를 털어내고 채 썬 홍고추채, 들깻가루를 얹어 낸다.
재료
토종닭 12호 1마리(손질하면 1kg), 물 2.5L, 생강 20g, 마늘 40g, 마른 고추 1개, 통후추 1/2큰술, 토종닭 육수 1.5L, 양파·삶은 죽순·더덕·느타리버섯·쪽파·부추 100g씩, 숙주 200g, 홍고추 1/2개, 들깻가루 1/3컵, 양념(조선간장 2큰술, 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생강즙 1/2큰술, 후춧가루 약간)
녹두율무삼계탕
해독에 좋은 통녹두, 율무는 성질이 따뜻한 닭고기와 잘 어울린다. 찹쌀과 통녹두, 율무는 깨끗이 씻어 3~4시간 불린 후 면 자루에 담아 닭 위에 얹어 함께 끓인 다음 국물에 풀어 죽처럼 먹거나 따로 그릇에 담아내 밥처럼 먹을 수도 있다. 찹쌀이나 녹두를 닭 배 속에 너무 많이 넣으면 잘 익지 않고 삐져나와 국물이 텁텁해지고 눌어붙을 수 있다. 재료를 면 자루에 넣어 끓이면 간편하다. 대추와 밤, 마늘은 통으로 준비하고 생강은 얇게 저며 준비한다.
재료
토종닭 12호 1마리, 불린 찹쌀·불린 율무 1/2컵씩, 불린 녹두 1컵, 생수나
북어 육수 2.5L, 생강 3쪽, 수삼 2뿌리, 대추 5알, 밤 3개, 통마늘 5개,
은행 5알, 송송 썬 대파 1컵, 소금·후춧가루 약간, 면 자루 1개
박종숙 고문의 삼계탕 조리 비법
삼계탕용 식재료 고르기
닭은 육질과 향이 좋은 토종닭을 선택한다.
닭 내장과 남아 있는 핏덩어리 등을 제거한후 날개 끝부분과 꽁지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껍질에 남은 털 등도 손질한다. 찬물에 1시간정도 담가 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한 번 데친
후 사용하면 잡내도 나지 않고 국물이 깨끗하다. 닭이 너무 크면 반이나 1/4 크기로 잘라
끓이면 국물을 많이 잡지 않아도 된다. 수삼은 너무 어리거나 굵지 않은 4년근 정도가 적당하다. 건삼이나 수삼 외에 홍삼도 좋다.
삼계탕용 육수 만들기
많은 양을 끓일 경우 주재료인 닭으로 육수를 내거나 닭발을 끓여 육수를 내면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인삼이나 황기 등의 약재는 삼계탕의 영양이나 약선 효과도 올려주지만 닭 냄새도 잡아준다. 오가피, 헛개나무, 둥글레, 엄나무, 옻나무 등 각자의 체질에 따라 추가하기도 한다. 양파, 마늘, 생강, 파, 우엉을 넣으면 향이 좋고 육수의 잡내를 잡아준다. 간은 대개 소금으로 하는데 간장이나 액젓 등을 사용하면 감칠맛을 살려준다.
집에서 편리하게 해 먹는
삼계탕 식재료
들깨삼계탕 / 서울요리원 진국삼계탕
구수한 들깨를 넣은 전통 보양식.
인삼 등 재료를 푹 고아낸 진국 삼계탕.
피코크 • 900g, 7천9백원 / 880g, 8천9백원
황기 백숙 모음
황기 40g, 둥글레 10g, 헛개나무 10g,
오가피 10g, 대추 10g으로 구성.
참드림 • 1팩 80g, 6천9백원
올반삼계탕
국내산 닭 1마리, 수삼, 찹쌀을 넣고 푹
끓여 깔끔하고 담백한 삼계탕.
올반키친 • 900g, 9천9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