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김장의 계절, 한식 요리연구가가 들려주는 김장에 대한 추억과 사계절 김치 이야기.
특별한 김치 레시피와 어울리는 음식도 만나보자.
2020/11 • ISSUE 30
writerPark Jongsuk 신세계 한식연구소 고문, 경기 음식 요리연구가
editorKim Jihye photographerSim Yunsuk stylistKim Jinyoung
“요즘은 보통 돌산갓으로 담그지만, 갓김치는 쪽파와 같이 청갓이나 홍갓으로 담그면 좋아
쪽파김치와 더불어 빼놓지 않고 담그고 싶다."
사계절 다양한 식재료와 김치 종류
50~60년 전만 해도 김장량이 한 집에 배추 100~200포기는 예사였고, 300~400포기씩 담그는 집도 있던 터라 ‘김장 방학’이라는 게 있었다. 그 시절 김장에 관한 기억은 아버지의 김장 보너스와 그 예산에 맞추느라 몇 날 며칠 고민하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김장날이 결정되면 임시 김장 시장에서 배추 흥정을 시작으로, 리어카에 실어 온 배추를 저녁나절 절이면서 시작된다. 한밤중에 뒤집고, 이른 아침 배추 씻는 소리에는 김장을 준비하는 어른들의 고단한 마음이 담겨 있지만, 우리는 김칫소를 배추 고갱이에 싸 먹을 생각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만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한 어린 날의 추억으로 남았다.
정월을 며칠 앞두면 세찬 상에 올리는 나박김치를 담근다. 이때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나박김치국물 간을 오래된 집간장으로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담근 장나박김치는 설 명절의 떡국이나 고기 요리와 함께 먹으면 소화를 도와준다. 서해안의 자하로 만든 감동젓으로 담근 깍두기도 이때가 제철이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 입춘이면 벌써 묵은 김치에 물린 입맛을 오신채의 쓴맛으로 찾아주기 위해 달래나 산갓, 미나리, 돌나물로 물김치를 담근다. 이때 양을 적게 잡아 바로바로 담가 먹어야 시원하고 상큼한 봄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찬 바람이 가시는 입춘이 지나 양력 4월이 넘으면 나른한 봄을 이기기 위해 열무와 얼갈이에 보리밥을 갈아 넣어 담그는 열무얼갈이김치만 한 것이 없다. 이때쯤 나오는 이른 백다다기로 만든 오이소박이도 빼놓으면 안 되는데, 길이로 길게 칼집을 넣어 끓는 소금물로 절여야 다 먹을 때까지 아삭함을 맛볼 수 있다. 여름까지 즐기는 열무김치는 늦봄에 담그는 알타리김치와 번갈아 담그면 좋은데, 서산 황토 속에서 알이 굵어진 총각무를 진한 생젓으로 버무려야 감칠맛이 좋다. 6월 넘어 장마가 시작되면 채소가 귀해져 지금처럼 한여름 통배추가 흔하지 않을 때 물리도록 먹던 양배추김치가 그리워진다. 다른 김치와 달리 진하지 않은 양념으로 설렁설렁 버무리는 양배추김치는 날로도, 익혀서 먹어도 좋은데 국물이 낙낙해야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여름 풋고추에 무채 소를 넣어 자작한 국물에 익힌 풋고추김치는 별미 김치 중 으뜸으로 시원한 막걸리 안주로 좋다. 볕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에 고추를 말리고 김장을 준비하다 보면 길 건너 김포만 가도 맛이 변한다는 강화순무로 지레김치를 담근다. 이 또한 절이지 않고 국물이 낙낙하게 담가야 제대로 된 맛을 낸다. 김장 시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동치미용 무는 특히 천수무가 좋은데, 크기도 알맞고 단단해서 잘 무르지 않는다. 김장 열흘 전쯤 미리 담가 익혀야 맛이 드는 동치미에는 삭힌 고추, 통배, 쪽파 등을 넣고 무와 물의 비율을 무게비 1:1로 하면 알맞다. 역시 이 동치미 무를 반 잘라 총각김치처럼 담가 나붓나붓 썰어내면 맛도, 모양도 반듯하다. 동치미 담글 때 무를 넉넉히 사서 짠지를 꼭 담그자. 늦봄 한여름 짠지 물말이만 한 찬이 없다. 무김치나 파김치, 갓김치처럼 향이 강한 재료로 담그는 김치는 진한 육젓이 잘 어울리니 멸치육젓이나 꽁치젓, 갈치속젓이 좋다. 요즘은 보통 돌산갓으로 담그지만, 갓김치는 쪽파와 같이 청갓이나 홍갓으로 담그면 좋아 쪽파김치와 더불어 빼놓지 않고 담그고 싶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대파는 그 자체만으로도 달큰해서 툭툭 잘라 버무려 익히면 이 역시 날로도, 익혀도 좋고 진한 곰탕 국물에 잘 어울린다.
어지간한 집에서 절인 배추로 김장을 마련하다가, 온라인의 구독 경제로 나누어 받는 시대가 된 요즘은 날 잡아 한 해 먹을 김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몹시 귀해졌다. 그래도 한 번쯤은 내 손으로 김치 만드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기를 바라며 작업을 시작해보자. 모처럼 여러 가지 김치를 담그고 싶어도 하루에 다 하는 것은 무리다. 배추김치도 필요한 양이 정해지면 두 번에 나누어 담그면 어떨까? 그러면 두 번의 경험이 내년의 김장을 더 손쉽게 할 것이다. 배추를 절이기 힘들면 절인 배추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데, 이때 절인 배추의 물기를 잘 빼는 게 핵심이다. 모든 김치는 공기 접촉을 피하는 것이 맛있게 익히는 비결이어서 되도록 세로로 깊은 김치 통이 유리하다. 맛있게 담그는 것만큼 맛있게 숙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담아 익히기보다는 4~5kg씩 담아 숙성시킨다. 새 통을 헐 때는 작은 통에 나누어 담아 맛을 잃지 않게 보관하는 게 김치를 오래도록 맛있게 먹는 팁이다. 통배추김치를 메인으로 김장 담그기는 깍두기, 총각김치, 갓김치,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파김치와 무채 남은 것으로 만드는 채김치까지 담그면 얼추 끝나간다. 이리저리 남은 절인 배추 무거리와 양념을 한데 모아 훌훌 버무려 김장겉절이도 한다. 김장 다음 날 이 겉절이에 통북어나 꽃게 한두 마리를 넣어 지지는 날겉절이찌개는 우리 집만의 별식인 줄 알았더니 시댁에서도 빼놓지 않는 김장철 별미더라.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한식 요리연구가의 김장 비법
경기식 보김치
절인 배추 겉잎을 2~3장 잘 편다. 절인 배추, 무, 밤, 배, 북어포, 전복, 낙지 등을 자른 것과 불린 고추에 배즙 등을 넣어 곱게 간 양념을 버무려 김칫소를 넣는다. 윗면에 석이버섯채, 붉은 고추채, 잣 등을 얹고 배춧잎으로 잘 마무리한다.
재료
배추 5kg(2통), 물 5L, 소금 500g, 무 1kg, 불린 고추 200g, 배즙 2컵, 무즙 2컵, 멸치액젓 1/4컵, 매실청 3큰술, 고운 고춧가루 3큰술, 굵은 고춧가루 2큰술, 새우젓 1/4컵, 배 200g, 미나리 70g, 쪽파 70g, 새우살 1/2컵, 북어포 1/2마리분, 대추살 30g, 손질한 전복 100g, 낙지 100g, 깐 밤 5알, 잣 2큰술, 석이 버섯채 약간, 붉은 고추 2개, 마늘 40g, 생강 15g, 양지 육수나 해물 육수 1L, 생수 1L, 볶은 소금 약간
TIP
배추는 겉잎이 싱싱한 것을 고른다. 일반 김치보다 덜 절여야 아삭하고 맛있다. 하루 지난 뒤 김치에 간을 맞춘 양지 육수를 부어 실온에서 반나절 익힌 다음 저온에서 20일 정도 맛을 들인다.
어울리는 음식
직화로 노릇하게 굽고 다진 파와 붉은 고추채를 얹어낸 닭다리살 간장구이.
서울·경기식 배추김치
김칫소를 배추 전체에 바르면 김치가 지저분 하고 시원하지 않으니 줄기 윗부분에만 두어 깔끔하게 담근다. 배추 줄기 윗부분에 두세 켜에 한 번씩 소를 넣고 겉잎으로 감싼 후 김장용 비닐을 넣은 김치 통에 차곡차곡 담는다. 반 정도 채우고, 김칫소를 채운 오이지와 섞박지용 무를 넣은 후 남은 김치를 넣어 잘 아무린다.
재료
배추 2~3포기(1포기에 2~3kg 크기) 6kg, 소금물(물 6L, 천일염 600g), 무채 600g, 쪽파 100g, 갓 100g, 밥 100g, 마늘 60g, 생강 30g, 불린 고추 200g, 양파 120g, 무즙 1/2컵, 배즙 1컵, 매실청 3큰술, 고운 고춧가루 2큰술, 굵은 고춧가루 2큰술, 황석어액젓 2/3컵, 새우젓 50g, 잣 1/4컵, 섞박지용 무(무 600g, 굵은 고춧가루 1/2큰술, 소금 1/2큰술, 매실청 1/2큰술), 국물(양지머리 육수 2컵, 새우젓 1큰술, 소금 약간), 여름 오이지 3개
TIP
대개 김치 담글 때 쓰는 풀은 찹쌀이나 보리쌀풀을 쓰는데, 남은 밥을 동량의 물과 합해 갈아 만들면 편하다. 이때 밥이나 물이 뜨거워야 곱게 갈린다.
어울리는 음식
삼겹살 부위로 찐 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
늙은호박김치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겨 씨와 속을 발라내고 도톰하게 자른다. 무청과 배추속대도 잘라 절여 씻은 후 물기를 뺀다. 여기에 자른 쪽파, 미나리, 갓과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대개 보름 정도 푹 익혀 찌개를 끓여 먹는다.
재료
늙은 호박 500g, 배추속대 500g, 무청 500g, 물 1L, 소금 100g, 생새우 1컵, 쪽파 100g, 미나리 100g, 갓 100g, 불린 고추 100g, 배즙 1컵, 매실청 2큰술, 굵은 고춧가루 2큰술, 고운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40g, 생강즙 1큰술, 새우젓 3큰술, 육젓 1/3컵, 김칫국물(물 2컵, 소금 1½큰술)
TIP
늙은호박김치찌개는 늙은호박김치에 들기름을 넣고 볶아 손질한 꽃게와 쌀뜨물을 넣고 끓이다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해 완성한다.
어울리는 음식
늙은호박김치에 꽃게를 넣어 끓인 찌개.
나박김치
배추, 무, 배는 25×20×3mm 정도로 나박 썰고, 오이는 2cm로 잘라 세워 나박 썬다. 미나리, 쪽파는 2.5cm 길이로 자르고, 생강, 마늘은 곱게 채 썬다. 풋고추, 홍고추는 반 갈라 씨를 털어내고 2cm 길이로 채 썬다. 배, 당근은 얇게 썰어 모양 찍기 한다.
재료
배추속대 500g, 무 500g, 소금 60g, 매실청 2큰술, 액젓 3큰술, 배즙 2컵, 당근 50g, 풋고추채 4개분, 홍고추채 2개분, 쪽파 100g, 마늘채 30g, 생강 15g, 고운 고춧가루 2큰술,물 10컵, 미나리 100g, 배 100g, 오이 300g, 잣 2큰술
TIP
배추와 무는 썰어서 분량의 소금, 매실청, 액젓, 배즙에 30분 정도 재운다. 고운 고춧가루를 고운 자루에 넣고 물을 부어 고춧물을 만든다. 고춧물과 소금, 오이, 썰어놓은 배 등을 합해 실온에서 3~4시간 숙성한 후 김치냉장고에서 익힌다. 오이는 하루 지난 후 넣어도 좋다.
어울리는 음식
양지 육수로 끓여낸 담백한 이북식 손만둣국.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스파 레스토랑’ 판매)
동치미
소창 주머니에 배와 사과, 갓, 쪽파 등을 넣고, 고추씨와 소금은 따로 작은 주머니에 넣는다. 깊은 통에 김장용 비닐을 넣고, 주머니를 넣은 후 그 위에 손질한 무와 배추를 담고 생수를 붓는다. 윗면에 소금을 넣은 면 자루를 얹고 비닐을 잘 오므려 공기를 빼낸 뒤 묶는다.
재료
동치미 무 4kg(1단), 배추 1kg, 매실청 1컵, 액젓 1/2컵, 배 1/2개, 사과 1/2개, 갓 100g, 쪽파 100g, 통마늘 50g, 생강 30g, 대추 70g, 삭힌 고추 100g, 고추씨 10g, 생수 5L, 소금 200g(주머니)
TIP
김장용 절인 배추를 넣어도 된다. 상온에서 비닐이 빵빵해지면 익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대개 20일 정도 지나면 익는다. 익기 전까지 열어보지 않아야 맛있게 익는다. 동치미가 익으면 사과, 배 등 부재료를 꺼내고 다시 잘 오므려놓았다가 꺼내 먹는다.
어울리는 음식
구운 쑥가래떡과 조청.
간편하게 구입해 바로 꺼내 먹는 포장 김치
조선호텔김치 히든 세트
조선호텔김치 스타 세트
피코크 조선호텔 포기김치
최상의 제철 배추에 알찬 김칫소를 버무려 감칠맛과 깊은 맛이 일품.
피코크 • 4kg
피코크 • 4kg
피코크 • 4kg
피코크 조선호텔 열무김치
열무 특유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살려
피코크 • 400g
.피코크 • 400g
피코크 조선호텔 볶음김치
맛김치에 최소의 양념을 더해
피코크 • 100g
종가집 돌산갓김치
섬유질이 연해 은은한 향을 지닌 돌산갓을 사용해 톡 쏘는 맛이 일품.
대상 • 250g
종가집 시원하고 깔끔한 포기김치
장기 절임과 저온 숙성, 신선 발효 기법으로
대상 • 3.7kg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두 번 발효한 하선정 명품 덧장
CJ제일제당 • 900g
비비고 묵은지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여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묵은지.
CJ제일제당 • 400g
비비고 깍두기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여
CJ제일제당 • 500g
비비고 파김치
파의 알싸한 향과 고춧가루,
CJ제일제당 • 40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