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오피
코스모폴리탄의 초상을 그리다
2021/02 • ISSUE 33
editorKim Jihye writerHo Kyoungyun 아트 저널리스트
“특히 그는 ‘움직임’에 매우 흥미를 갖고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것이 LED다.
하지만 너무 기술적으로 앞선 방식은 지양하는 편이다. 하이테크놀로지에 지나치게 경도되면 작품의 의미보다 신기함에만
치우쳐 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주로 미니멀한 입체 작품이나 풍경화를 선보이다가 1997년부터 오늘날과 같은 초상화를 제작했는데,…
그 이후에도 그는 주변인을 모델로 삼거나 거리로 나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다루었다.”
영국 현대미술의 선두 주자
Julian Opie, ‘Walking in Sinsa-dong 3.’, 2014.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단순화한 표현 너머 확장하는 움직임
줄리언 오피는 인물을 주된 대상으로 삼아 회화나 판화 같은 평면 작업 외에도 조각, 조형물, 건축물, 영상, 그리고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다르게 보이는 방식), 3D까지 확장했다. 특히 그는 ‘움직임’에 매우 흥미를 갖고 있는데, 자주 사용하는 것이 LED다. 하지만 너무 기술적으로 앞선 방식은 지양하는 편이다. 하이테크놀로지에 지나치게 경도되면 작품의 의미보다 신기함에만 치우쳐 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술이 어느 정도 상용화될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다가 작품으로 선보이곤 한다.
최근 줄리언 오피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그가 10대 시절 좋아하던 만화가 있는데, ‘에르제Herg꜀’로 잘 알려진 벨기에의 만화가 조르주 프로스페르 레미가 그린 〈탱탱Tintin〉이다. 물론 탱탱 캐릭터 역시 눈을 작은 동그라미로만 표현한 것에서부터 오피의 그림과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지만, 좀 더 알아보면 에르제와 오피 모두 영감을 받은 예술가는 일본의 우키요에 판화가 우타가와 히로시게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런던 북동부의 쇼디치 지역에 자리한 줄리언 오피의 작업실 한편에는 그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열심히 공부해서 찾아 소장한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 목판화와 만화부터 이집트 유물, 유럽의 풍경화 등 그의 관심사는 시공을 초월한다.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형태 너머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는 줄리언 오피의 작품이 앞으로 어느 방향을 향해 걸어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