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매혹을 생각하다
2020/11 • ISSUE 30
writerJang Eunsu 출판편집인, 문학평론가
"매혹이란 머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잊히지 않고, 마음에 끝내 남는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잔상이고 떠올릴 수밖에 없는 환영이다."
이스탄불은 ‘둘의 도시’다
이스탄불은 강렬한 도시다. 건물의 둥근 돔과 벽청의 물결, 읊는 듯한 기도 소리, 콧속을 자극하는 향신료,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길거리 음식…. 올가을, 보름 정도 시간을 내 아내와 함께 이 도시를 찾으려 했으나, 모든 것이 한낮의 꿈처럼 허망해졌다.
그랜드 바자르에는 사람들이 꿈꾸는 모든 것이 있다
매혹된 사람은 물건과 함께 고독에 빠진다
자연이나 물건이라고 다를 리 없다. 분명히 좋아 보이는데, 일단 눈을 뗄 수 없는데, 도저히 머릿속에서 계산이 서지 않으면 물건에 끌린 것이다. 매혹이란 머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잊히지 않고, 마음에 끝내 남는 것이다. 지울 수 없는 잔상이고 떠올릴 수밖에 없는 환영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여행자를 매혹한다. 슬쩍 지나친 것들이 등 뒤에서 신비한 말을 걸어온다. 도무지 저항할 수 없어, 몇 번이고 멈칫대다가 끝내 발길을 돌리곤 한다. 다시 보려고, 더 자세히 보려고 저절로 발길이 느려진다. 어느새 안내인 등이 멀리 까마득하다. 골목이라도 꺾이면 기어이 자취를 놓친다.
독특한 것만이 매혹적이다
미美는 타자의 시선 없이 성립하지 않는다. 미는 나와 너 사이의 공통 감각으로 존재한다. 규칙이 있다면, 공통이되 지나치게 익숙해서 시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만 좋으면’을, 즉 나 자신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고 아무한테도 이해받지 못하는 이 매혹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해야 하므로, 흔해빠진 언어로는 형언하기 곤란하다. 반드시 독특해야 하고 또 독특할 수밖에 없다. 뒤집어 말해도 좋다. 오직 독특한 것만이 매혹적이다. 독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미가 존재한다. 이것이 미의 규칙이다.
여행자가 사물을 보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일을 관물觀物이라고 한다. 관물을 제대로 하려면 현람玄覽과 정탐偵探, 두 가지 힘이 있어야 한다. 현람은 사물을 보고 그 가치를 직관하는 힘이다. 어떤 물건이 발산하는 참된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알아보는 능력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움도 있다. 아름다움을 위장한, 혀끝에서는 달콤하지만 목구멍에서는 쓰디쓴 겉치레다. 현람이 없는 사람은 겉치레에 넘어간다. 며칠도 못 가 후회하고 분해서 억지로 기분을 위안하는 자기기만에 빠진다. 정탐은 두루 살피는 것, 즉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세세히 따져 알아내는 힘이다. 한마디로 탐구와 공부다. 세상에는 알고 나면 차마 행하지 못할 일이 많다. 윤리적인 일만이 아니라 미적인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전 공부와 사후 탐구가 없을 때 흔히 유혹을 매혹으로 착각한다. 결과는 시시한 것에 시간을 쏟는 탕진이고, 손발까지 동원한 흥정의 실패다.
좋은 물건에는 정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