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 봄나물
2021/03 • ISSUE 34
editorKim Jihye
photographerSim Yunsuk
stylistKim JinyoungIllustratorHur Heekyung
" 독특한 향과 적절한 자극성이 있는 새봄의 순과 나물은 활력을 북돋지 않겠는가.
그 맛에 우리는 봄나물을 찾아 먹는다. "
활력을 북돋는 봄나물
무슨 말을 더 하랴. 한국인의 일상과 밥상에서 봄은 곧 봄나물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예전에는 겨우내 움 속에 움츠리고 있다 움튼 움파며, 저장한 무에서 움튼 무순(무움) 또한 봄나물 가운데 하나였다. 오신채도 지나칠 수 없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오신채란 대개 파·마늘·달래·무릇·부추 등 자극성 있는 다섯 가지 푸성귀를 일컫는다. 유득공(柳得恭, 1749∼1807)의 〈경도잡지京都雜志〉와 홍석모(洪錫謨, 1781~1857)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당시에는 입춘에 경기도 고을에서 움파·산갓·승검초·미나리움·무움 등 오신채를 임금에게 진상했다. 이어지는 기록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산갓은 이른 봄 눈이 녹을 무렵 산속에서 난다. 더운 물에 데쳐 초장에 무치면 맵기가 이를 데 없으니 고기를 먹어가며 먹어야 좋다. 승검초는 움에서 키운 당귀의 새순으로 은비녀처럼 깨끗하다. 꿀을 발라 먹으면 정말 맛있다.”
불가에서는 오신채가 성욕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식용을 금지한다. 성욕이란 한편으로는 생명력이라고 하겠다. 아무튼 독특한 향과 적절한 자극성이 있는 새봄의 순과 나물은 활력을 북돋지 않겠는가. 그 맛에 우리는 봄나물을 찾아 먹는다. 봄나물의 내력을 살피며 다시 보니 알싸한 나물과 고기의 조화, 나물의 쌉쌀함과 단맛의 어울림 또한 그 연원이 이렇게 그윽하다.
봄나물로 완성하는 봄 미식의 정점
봄나물은 조리 방식에 따라 갖가지 음식으로 변신했다. 데치고 볶고 전을 부쳐도 좋고, 김치를 담가도 좋고, 국을 끓여도 좋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람의 기록 가운데 일본인이 새봄에 쑥국을 끓이는 모습을 보며 고향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있거니와 조선 후기 문인 가운데 새봄의 맛으로 쑥국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20세기에도 이어진다. 체계적인 조선 음식 연구의 선구자 방신영(方信榮, 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1921년판)의 ‘국 끓이는 법’을 보면, 겨울과 봄 사이 나물국으로 냉잇국을 맨 앞에 두고 소루쟁잇국, 애탕국(쑥국)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가운데 냉잇국은 된장과 고추장을 함께 풀어 수더분하게, 애탕국은 맑은장국에 고기 완자와 잘 손질한 쑥을 더해 운치 있게 끓이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같은 장의 생선국 부분에서 보이는 미나리 활용 또한 오늘날과 다르지 않다.
요즘은 좀 덜 담그지만 서울의 미나리김치는 실로 봄 미식의 정점에 있었다.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동시대 프랑스 미식가 못잖았던 심노숭(沈魯崇, 1762~1837)은 미나리김치를 이렇게 노래한 바 있다.
“서울 문안 부잣집에서는 2월 김치로(城裏朱門二月菹)/
부드럽기 실 같은 미나리를 버무리지(軟芹如絲兼蘖銊)/
분원 사기 거위알처럼 흰 그릇에(分院砂鐘鴨卵白)/
한껏 담아내니 입에 침부터 고인다네(盛來先令口流芬)/
반찬으로도 참 맛있고 안주로는 더 좋아(饌固爲美肴尤佳)/
저민 꿩고기나 양고깃국보다 훨씬 낫지(絶勝雉ᎅ與羊臐).”
이윽고 봄이 더 깊어지면 두릅이 온다. 19세기에 쓰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두릅장아찌 및 두릅나물과 함께 두릅회가 등장한다. 조리법과 장의 배선은 이렇다. “두릅회는 살진 두릅을 삶아 건져서 껍질을 벗기고 아래위를 잘라서 한 치 길이씩 잘라 그릇에 담는다. 윤즙(초고추장)에 먹어라.” 여기서도 살짝 웃음이 나온다. 오늘날의 조리법이나 먹는 방식과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새봄에서 봄이 깊어지는 사이 봄나물의 미각은 면면히도 이어지고 있다.
writer Go Young 음식 문헌 연구가
신세계 한식연구소 박종숙 요리연구가의
추천 레시피
봄나물과 함께하면 좋을 궁합 음식
쑥 넣은 콩죽
재료 콩 1컵, 쑥 70g(다듬은 양), 물 6컵, 불린 쌀 1컵, 소금 약간
만들기
1 콩은 티를 골라내고 씻어 하룻밤 동안 충분히 불린다.
2 쑥은 잎의 여린 부분만 다듬어 씻는다.
3 불린 콩을 살캉살캉하게 삶아 껍질을 벗긴 후 물과 함께 블렌더에 간다.
4 ③에 불린 쌀을 넣고 잘 저어가며 끓인다.
5 쌀알이 적당히 퍼지면 송송 썬 쑥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6 그릇에 담고 한 김 식혀 먹기 직전에 소금으로 간한다.
TIP
자칫 밋밋하게 느낄 수 있는 콩죽에 넣은 향이 좋은 여린 쑥잎은 겨우내 잃은 입맛을 되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콩죽은 뜨거울 때 소금을 넣으면 엉기니 한 김 식혀서 간한다.
미나리 도미밥과 달래간장
재료 도미 살 1/2마리분(200g), 소금 약간, 청주 3큰술, 생강즙 1/2작은술, 쌀 2컵, 멸치 국물 2¾컵, 양념(맛술·청주·간장·다진 마늘 각각 1큰술, 들기름 1/2큰술), 생강 20g, 미나리 줄기 썬 것 100g, 달래간장(달래 70g, 간장·액젓·매실청·참기름·통깨·맛술 각각 1큰술, 굵은 고춧가루 1/2큰술, 붉은 고추 채 1/3개분)
만들기
1 쌀은 씻어서 체에 밭치고 젖은 면포를 덮어 30분 정도 불린다.
2 도미는 석장뜨기 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청주와 소금, 생강즙으로 밑간을 한다.
3 밑간한 도미 살을 에어프라이어에 앞뒤로 살짝 굽는다.
4 생강은 사방 1mm로 썰고 미나리는 줄기만 다듬어 1cm로 썬다.
5 냄비에 쌀, 멸치 국물과 양념을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여 10~15분 정도 익힌다.
6 밥물이 잦아들면 구운 도미 살을 얹고 약한 불로 10분 정도 뜸 들인다.
7 달래는 머리 껍질과 상한 잎을 손질한 후 2cm로 발라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양념장에 섞는다.
8 마지막에 미나리를 얹고 고루 섞어 밥을 푼다.
TIP
달래간장은 간장 양념을 미리 섞어 담아놓고 먹기 직전에 달래를 얹어내면 향이 좀 더 살고 비주얼이 좋다.
두릅 짠지 편육쌈
재료 두릅·짠지 각각 200g, 숙주·미나리 각각 100g, 양지 300g, 배 150g, 양념장(고추장 5큰술, 사과식초·레몬즙·설탕·다진 마늘·참기름·통깨 각각 1큰술, 생강즙·갠 겨자 각각 1/2작은술, 매실청 2큰술)
만들기
1 두릅은 밑동에 칼집을 넣고 밑동부터 데쳐 찬물에 식힌다.
2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살짝 데쳐 식힌다.
3 미나리는 줄기만 다듬어서 살짝 데쳐 4cm로 자른다.
4 양지는 삶아서 식힌 뒤 얇게 편 썰어 삶은 물에 담가둔다.
5 배는 씨를 빼고 얇게 편 썬다.
6 짠지는 얇게 썰어 서너 번 헹궈 짠기를 뺀다.
7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8 접시에 양지 편육, 데친 두릅과 숙주, 미나리, 짠지, 배를 담고 양념장을 곁들인다.
TIP
두릅 껍질은 독성이 있어 꼭 데치거나 껍질을 벗기고 먹어야 한다. 손질할 때는 밑동에 칼집을 넣은 뒤 잎 부분을 모아 쥐고 끓는 소금물에 밑동부터 담그고 나중에 잎을 담가 데친다.
냉이 백합 무침
재료 냉이 200g, 중간 크기 백합 700g(데친 살 150g), 양념장(고운 고춧가루·설탕·다진 파· 참기름·깨소금 각각 1큰술, 고추장 5큰술, 매실청·사과식초 각각 2큰술, 액젓·다진 마늘 각각 1/2큰술, 생강즙 1/2작은술)
만들기
1 냉이는 뿌리가 연한 것으로 골라 다듬어 3~4cm로 자른다.
2 다듬은 냉이를 끓는 소금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뺀다.
3 백합은 해감을 뺀 후 끓는 물에 데쳐 살만 발라 물기를 뺀다.
4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5 냉이와 조개를 담고 양념장을 곁들인다.
TIP
냉이는 잎과 뿌리를 모두 먹기는 하지만, 초봄에 나오는 실한 냉이 뿌리는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치거나 장아찌를 하면 좋다.
도다리 쑥국
재료 도다리 1kg, 도다리 육수 9컵(청주 2큰술, 쌀뜨물 12컵, 다시마·생강 각각 10g, 대파 1/2대, 육수용 무 150g), 양념장(된장 2큰술, 고추장 1/2큰술, 다진 마늘·멸치액젓 각각 1큰술, 생강즙 1/2작은술), 무 250g, 쑥 100g, 미나리 50g, 붉은 고추 1개, 청양고추 2개, 대파 1/2대
만들기
1 도다리는 살만 포 떠 먹기 좋게 자른 후 청주를 뿌린다.
2 머리와 뼈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쌀뜨물에 끓인 후 육수를 거른다.
3 무는 빗어 썰고, 대파와 고추는 어슷 썰고, 미나리는 줄기만 다듬어 4cm로 자른다.
4 쑥은 연한 줄기와 잎만 다듬어 씻는다.
5 냄비에 도다리 육수와 양념장, 무를 넣어 끓이다가 도다리 살을 넣는다.
6 대파, 미나리, 고추, 쑥을 넣어 다시 한소끔 끓여 완성한다.
TIP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끓여야 맛있는 생선국은 먹을 때마다 데우면 생선 살이 부서진다. 육수를 따로 만들어놓고 먹기 직전에 생선 살과 채소를 넣어 끓이면 음식이 정갈하고 깔끔해서 좋다.
봄나물 해물전
재료 새우 살, 조갯살, 주꾸미 등 150g, 양념(청주·들기름 각각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생강즙 1/2작은술), 봄나물(두릅, 달래, 해방풍, 어린 머위잎, 쑥, 세발나물, 미나리, 냉이, 어린취 등) 200g, 반죽(부침가루 200g, 튀김가루 100g, 달걀 1개, 참기름 1큰술, 찬물 1컵), 들기름·포도씨유 약간
만들기
1 해물은 슴슴한 소금물에 씻어 건져서 먹기 좋게 썰어 물기를 뺀 후 양념한다.
2 봄나물은 3~4cm 길이로 잘라 씻는다.
3 반죽을 만들어 해물과 봄나물을 따로따로 버무린다.
4 달군 팬에 들기름과 포도씨유를 넉넉히 두르고 해물을 먼저 올린 후 반죽한 봄나물을 고루 편다. 반죽이 너무 많이 묻지 않도록 한다.
5 뒤집어서 밑면을 익힌다.
TIP
전을 부치는 봄나물은 종류를 가리지 않아도 되는데 향이 너무 강한 것은 많이 섞지 않는다. 해물은 봄에 많이 나는 조개류나 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이 좋다.
봄나물 새조개 샤부샤부
재료 봄나물(미나리, 두릅, 쑥갓 등) 적당량, 양파 100g, 무 150g, 당근 50g, 우엉 70g, 새조갯살 500g, 멸치 국물 5컵, 양념장(다진 마늘·생강즙·간장·맛술·레몬즙 각각 1큰술, 샤부샤부 육수 2큰술, 소금·고추냉이 약간)
만들기
1 봄나물은 종류별로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와 우엉, 당근은 얇게 썬다.
3 새조갯살은 소금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4 멸치 국물에 양파와 당근, 우엉을 넣고 끓으면 봄나물과 새조갯살을 넣어 익혀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TIP
새조개는 초봄에 맛이 좋은 조개로, 유난히 쫄깃한 식감이 별미다. 대개 생으로 먹거나 데쳐 먹는데 즉석에서 갖은 봄나물을 넣고 샤부샤부로 즐기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남은 국물에 죽이나 국수를 넣어 마지막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진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의 서산 냉이
1970년대 국내 최초로 냉이를 재배한 산지 중 하나인 충남 서산에서 계약 재배로 길러낸 냉이. 일조량이 풍부한 해양성 기후와 유기물 함량이 높은 황토에서 생산한다. 당일 수확한 원물만 받아 선별·포장한 후 출하한다.
청정 지역에서 재배한 한재 미나리
1980년대부터 생산된 청도 한재 지역 미나리로 맑은 자연수와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 재배하며 햇볕을 충분히 받아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하다. 상큼한 향과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국내 대표 두릅 생산지인 가평 두릅
일교차가 크고 청정 환경에서 재배되는 가평 두릅은 비타민과 사포닌, 철분, 칼슘 등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서 두릅이 가장 먼저 생산된 가평에서 깨끗한 지하수만 사용하고 온습도에 신경 써 재배한다.
물 맑은 곳에서 재배한 양평 쑥갓
양평은 우리나라에서 물이 맑은 곳 중 하나로, 근래에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로, 특히 대도시와 인접해 쌈채소의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양평 쑥갓은 비타민과 철분은 물론 식이 섬유가 풍부해 각종 요리에 향과 맛을 더한다.
산지에서 당일 수확한 서산 달래
달래 산지로 가장 유명한 서산 소재 농장에서 길러낸다. 해양성기후에 배수성이 좋은 환경에서 생산해 무르지 않고 향이 강하다. 수확 후 세척 작업이 필수인 달래의 특성상 당일 수확한 원물만 선별해 포장한 후 출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