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RE/DONE
2020/7 • ISSUE 27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션 바론과 사업가 제이미 마주르가 의기투합해 만든 데님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던. 2014년 론칭한 이후 몇 년 만에 글로벌 셀럽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리던의 히스토리와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이끌어가는 그들의 행보에 주목할 때다.
editorNam Gayeon
데님 업사이클링의 시작
어떤 스타일에나 매치하기 좋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입는 데님 진.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청바지의 이면에는 환경오염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원단 재배부터 완성까지 물 7천L가 낭비되고 이산화탄소가 약 32.5kg 발생한다고 한다. 염색, 워싱, 가공과 후처리까지 포함해 수많은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데님 한 벌이 수많은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는 동안, 이러한 생산 방식에 반기를 든 브랜드가 등장했다. 리바이스의 빈티지 데님을 원단을 활용해 새로운 데님을 만들어내는 리던이다. 리던은 2014년 LA에서 디자이너 션 바론과 사업가 제이미 마주르가 탄생시킨 브랜드로, 세월이 흐르며 빈티지한 매력이 더해졌지만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리바이스 데님을 완전히 해체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든다. 단순히 리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 한 벌을 솔기까지 모두 뜯어낸 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스트레이트 핏이나 부츠 컷 등 다양한 형태로 업사이클링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방법으로 아까운 빈티지 자원이 버려지는 것을 막고, 리바이스라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유지할 수 있게 협업하며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리바이스의 빈티지 아이템을 사용한 럭셔리 데님 위주로 선보였지만, 지금은 베스트셀링 아이템의 패턴을 적용한 리던 자체 데님까지 라인을 확장했다. 지금까지 리던은 9만여 벌의 빈티지 리바이스를 업사이클링하고, 1천7백만L 이상의 물을 절약했다. 린드라 메딘, 엘사 호크스, 신디 크로퍼드 등 유행을 선도하는 스타일 아이콘이나 더 아티코, 아미나 무아디 같은 라이징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며 어느새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지속 가능하면서 트렌디하게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리던의 행보가 기대된다.
낡은 소재와 현대적인 핏의 결합
리던 청바지의 핵심은 빈티지 리바이스를 완전히 해체해 원단으로 만들고 리던만의 패턴으로 다시 재단하는 것이다. 빈티지 데님이 언제 생산 되어 어떤 사람을 거쳤는지에 상관없이 리던만의 패턴에 따라 정확한 사이즈로 재탄생한다. 먼저, 전문 기술자들이 리바이스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는 엉덩이 부분의 포켓을 제외하고 수작업을 통해 솔기를 하나하나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원단이 상하지 않도록 기계 사용을 줄이고, 장인에 가까운 기술자들이 바느질 등 옛날 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화학물질이 없는 친환경적인 제조 방식을 사용해 새로운 청바지 한 벌을 완성한다.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해 수량이 한정적이고 가격대가 높이 책정된다. 솔기를 모두 분해한 바지는 새로운 청바지를 위한 원단이 되는데, 여기에 리던이 재해석한 현대적이고 모던한 패턴을 입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빈티지한 멋이 묻어 있는 소재로 완벽하게 재단한 하이라이즈 스키니 진, 플레어 진, 크롭트 진 등 다양한 핏이 완성되는 것. 리던의 창립자 션과 제이미가 남성용 청바지를 여성용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 역시 핏이다.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을 즐겨 입는 고객들이 세련되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패턴을 고민했으며,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마음먹은 뒤 마음에 드는 첫 피스를 생산하기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리던의 아이코닉 아이템인 스트레치 데님이 완성되었다. 매일 입고 싶지만 내 몸에 맞는 완벽한 핏의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을 찾기 어렵다는 고민에서 시작한 리던은 이제 켄달 제너, 시에나 밀러,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등 유명 셀럽들과 디자이너들이 찾아서 입는 브랜드가 되었다.
1,3. 레트로 무드를 담은 리던의 2020 컬렉션 이미지.
2. 리던의 창립자 제이미와 션.
4. REDONE • 저지 티셔츠 • 각 20만원대 / 데님팬츠 • 50만원대
빈티지 데님의 재발견
리던은 스스로 데님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한다. 빈티지 데님을 럭셔리 패션으로 끌어올리고 헤리 티지를 간직한 브랜드의 맥을 이으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이어가기 위한 운동이라고 한다. 창립자 션과 제이미는 온라인으로 탄생한 소셜미디어 브랜드는 희소성을 지니며 익스클루시브하고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리던은 론칭 당시 실험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2014년, 2백 벌의 청바지를 온라인을 통해 먼저 출시해 12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핏이 완벽한 빈티지 데님을 원하던 사람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힘주어 찍은 화보 사진 대신 모델이 리던의 데님을 입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내추럴한 느낌의 룩북도 한몫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데님에 이어 티셔츠, 스니커즈, 부츠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원더우먼 1984〉에서 영감을 얻어 WW84와 함께 독점 한정판 캡슐 컬렉션 ‘RE/DONE+WW84’를 출시한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총 14개의 제품을 선보이는데, 냉전 시대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미국 여성들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다. 옛것에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어 트렌디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리던의 전문 분야. 여기에 장인 정신을 담은 수작업과 최첨단 절수 방식 등 고유의 생산 방식을 적용해 퀄리티를 높였다. 갤 가돗Gal Gadot과 크리스틴 위그Kristen Wiig를 포함한 출연 배우들은 글로벌 프레스 투어 기간 동안 이 컬렉션을 입을 예정이다. 영화 〈원더우먼〉의 기존 팬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리던을 사랑하는 새로운 타깃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프로모션이다. ‘RE/DONE+WW84’ 컬렉션은 영화 개봉에 맞춰 분더샵에서 전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