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에서,
쉼표가 되는 여행
여행은 일상에 지친 나를 놓아주는 것이다.
그동안 미처 알지 못해서, 아직 가보지 못해서 발견하지 못한 풍경 속으로 떠나기 좋은 시간,
우리 땅이 베푸는 선물을 마주하는 여행.
2020/7 • ISSUE 27
writerChoi Meesun 여행 칼럼니스트 editorKim Jihye, Lee Yuna
Photo ©Shin Seokkyo ©Incheon Tourism Organization ©Sato Shinichi ©Sultan Aldhuhoori / 500px / Wtsoki905 / Hyejinsee / Wonjuad / Irustudio / VDCM1 / Getty Images Korea©Imsearch / Getty Images BANK. Reference ©김태일, <제주 속 건축>
1. 승봉도 촛대바위
한여름 후끈한 열기에 상큼한 청량제가 필요할 땐 역시 여행이다. 햇빛이 파고들지 못하는 울창한 숲, 뱃살 접히듯 우글쭈글한 서해안, 호수처럼 고요하고 아기자기한 남해안, 거칠 것 없이 푸르른 동해안…. 아름다운 우리 땅이 베푸는 선물이다. 맑은 날 여행도 좋지만 비 오는 날의 촉촉한 숲길, 거친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엔 묘한 매력이 있다. 여행은 일상에 지친 나를 놓아주는 것이다. 다만 욕심부려 많은 곳을 둘러보는 빡빡한 일정보다는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걷다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겨울 물소리는 시리지만 여름 물소리는 시원하다. 새소리는 정겹고 바람에 실려오는 숲의 향기도 좋지만 때론 예술의 향기를 품은 갤러리 산책도 좋다. 여행은 삶에 간간이 찍어주는 쉼표가 되어줄 터이니.
작품 가득한 노천 갤러리 섬, 인천 승봉도
승봉도는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섬의 중심을 잡고 있는 야트막한 당산은 울창한 해송 숲이 가득한 산림욕장이다. 섬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앞엔 고운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다. 반대편 해안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비바람에 씻긴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굴껍데기는 하얀 꽃 그림처럼 화사하다. 넓적한 부채바위를 지나 가운데가 뻥뚫려 넘나들기 좋은 남대문바위는 안쪽에선 코끼리바위로 변한다. 절벽 모퉁이에 숨은 촛대바위는 덱을 연결해 언제든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ADDRESS 승봉도: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
TRANSPORTATION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출발: 고려고속훼리 • 1577-2891(1시간 15분 소요) 또는 대부해운 • 032-887-6669(1시간 45분 소요) 대부도여객터미널 출발: 대부해운 • 032-886-7813(1시간 20분 소요)
STAY 일도네펜션 • 032-831-8941, 바다앞이일레 • 032-832-1034, 승봉블루 • 032-831-8003, 승봉선창낚시 • 032-831-3983 등
TIP 승봉도 1박 2일 패키지 프로그램: 숙박, 식사, 선착장 픽업을 포함해 선상 낚시, 그물 체험, 사승봉도 탐방 등으로 구성
4 썰물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목섬.
섬에서 보내는 하루 코스섬
전체를 둘러보며 바다 위 바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트레킹, 산림욕, 선상낚시 등 다양한 섬 체험이 가능하다.
물줄기로 이어진 영월 3대 명소, 영월 서강
영월을 휘감으며 흐르는 서강은 영월의 역사와 비경을 품은 강줄기다. 그중 영월 읍내에서 가까운 청령포는 12세에 왕이 된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뺏기고 쫓겨난 유배지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뒤로는 험준한 산줄기에 가로막혀 일명 ‘물의 감옥’이라 일컫던 청령포는 지금도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백성들의 출입을 금해 절로 울창해진 솔숲 풍광이 수려하다. 서강 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강변에 불쑥 솟아난 절벽 바위가 두 쪽으로 갈라진 모양새가 독특한 선돌, 휘감아 도는 강줄기에 둘러싸인 지형이 한반도를 쏙 빼닮은 선암마을을 마주하게 된다. 선암마을 안에 들어서면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과 다른 절경을 엿볼 수 있다.
ADDRESS 청령포: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선돌: 강원도 영월읍 방절리 산122,
TRANSPORTATION 월교통: 운행 횟수가 적어 시간표 확인 필요 • 033-373-2373
FOOD 동강다슬기: 영월역 앞 다슬기 요리 전문 맛집 • 033-374-2821
TIP 청령포: 입장료 3천원(어른 기준),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 033-372-1240 장릉: 조선 왕릉은 ‘한양 백 리’ 안에 모시는 관례와 달리 유일하게 한양과 떨어진 단종의 무덤. 입장료 2천원(어른 기준),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영월읍 단종로 190 • 033-374-4215
1. 다슬기를 듬뿍 올린 다슬기전
2.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
청정 자연 풍광 코스
서강의 푸른 물이 어우러진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자연이 빚은 걸작을 감상할 수 있다.
강화 뉴트로 열풍 일등 공신, 강화도 조양방직
강화도는 한때 직물 산업이 번성한 소문난 부자 동네였지만 1970년대 들어 쇠퇴하면서 옛 공장의 흔적만 곳곳에 폐허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 강화도를 뉴트로 여행지로 떠오르게 한 일등공신이 조양방직이다. 1933년 국내 최초의 방직공장으로 문을 연 조양방직은 1958년에 폐업했다. 이후 오랫동안 방치됐던 공장이 수십 년 세월의 가치를 고스란히 품은 신문리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방직기계가 있던 길쭉한 작업대를 비롯해 고장 난 경운기, 재봉틀, 이발소 의자 등 공장 구석구석에 놓인 모든 것들이 곧 테이블이요, 의자이자 설치 작품이다. 비바람에 뒤틀린 문짝, 허름한 벽면에 담긴 흑백사진까지 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ADDRESS 조양방직: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5번길 12
TRANSPORTATION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또는 홍대입구역 출발: 강화행 3000번 버스 이용, 강화터미널 출발: 버스(21번, 26번) 탑승 또는 택시(5분 소요), 도보(25분 소요) 이동
TIP 조양방직: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10시까지 • 032-933-2192
5 조양방직 카페 전경.
강화 읍내 도보 여행 코스
역사적 장소부터 빈티지 카페까지 뉴트로 감성 충만한 강화도를 만나볼 수 있다.
아슬아슬 벼랑길에서 비단길로 변신, 괴산 산막이옛길
산막이마을은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첩첩산중 마을은 1957년 괴산댐이 건설되면서 산막이마을에서 사오랑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물에 잠겨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룻배로 오가야 했던 주민들이 힘겹게 산비탈에 길을 냈다. 호수를 발밑에 둔 좁은 벼랑길을 따라 사오랑마을까지 나오는 10리 길(4km)이 곧 산막이 옛길이다. 과거 마을 사람들이 마음 졸이며 오가던 길이 지금은 호수 풍경을 느긋하게 음미하며 걷기 편한 길로 변해 괴산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길목 곳곳에 옛이야기가 담겨 있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다. 엉금엉금 건너는 재미를 안겨주는 솔숲 출렁다리, 절벽 끝에 툭 튀어나온 전망대 등을 거쳐 40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마흔 고개를 넘어서면 비로소 산속에 꼭꼭 숨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ADDRESS 산막이옛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546-1
TRANSPORTATION 괴산시내버스터미널 • 043-834-3351
FOOD 산막이아리랑 전주식당: 옛길 입구 괴산 향토음식점 • 043-832-7800
TIP 산막이마을에서 돌아 나오는 방법: 왔던 길로 다시 나오거나 마을 안쪽에서 연결되는 등산로 이용. 해발 450m 남짓을 오르내리는 산길 도보 이동 또는 마을선착장에서 유람선 탑승 가능
8. 산막이옛길 따라 걷는 산책로
산막이옛길 코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풍경을 음미하며 걷기 좋은 길. 나무 덱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편하다.
자연과 건축이 선물한 풍경, 제주 서귀포
푸른 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섬, 제주는 건축적으로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한라산을 중심에 두고 타원체로 형성된 제주는 지형적, 지질적 조건으로 매우 독특한 자연경관을 만든다. 또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은 제주 건축과 풍경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서귀포시 서부 지역에는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뮤지엄, 안도 다다오의 본태박물관 등이 곳곳에 자리해 ‘건축 박물관’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또 서귀포시 동부 지역은 제주성읍마을,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우도 등 기억할 만한 곳이 많다. 민속 자료로 잘 보존된 성곽과 초가가 있는 제주성읍마을부터 리조트가 밀집한 섭지코지 주변은 성산일출봉을 담은 안도 다다오의 글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 등 현대적 건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ADDRESS 수풍석뮤지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79, 본태박물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69, 유민미술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1
TRANSPORTATION 제주공항에서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까지 하루 5회 무료 셔틀 운행
STAY 포도호텔: 건축가 이타미 준이 하늘, 바람, 햇빛 등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 • 064-792-8000,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 제주의 자연과 건축의 아름다움이 만난 리조트 • 1577-0069
3. 유민미술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구슬픈 소리 가득한 곰보섬, 울산 슬도
방어진항 앞에 놓인 슬도는 원래 바다에 갇힌 무인도였지만 지금은 방파제로 연결되어 언제든 오갈 수 있다. ‘슬도’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이 구멍을 스치고 나갈 때 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타듯 구슬프게 울려 퍼진다 하여 거문고 슬瑟 자를 붙인 것이다. 이곳에선 곰보바위 벤치에 앉아 숱한 구멍을 넘나드는 파도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다. 슬도 앞엔 아홉 가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리체험관과 아기자기한 벽화 마을도 있다. 슬도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대왕암공원은 울산의 명소로, 슬도에서 연결되는 해안 산책로(2.3km)를 따라 걷기 좋다.
ADDRESS 슬도: 울산시 동구 방어동 산5-3
TRANSPORTATION 울산고속버스터미널 출발: 택시 이동(25분 소요) 또는 버스(126번, 133번) 승차후 방어진초등학교 하차 후 도보 1.5km 이동
FOOD 봄여름가을 카페: 울산 동구 성끝 4길 24 • 052-235-5679
오감이 행복한 힐링 숲길, 오대산 전나무길
깊은 골을 품은 오대산 자락에 펼쳐진 전나무 숲길은 오감이 행복해지는 곳이다. 숲 속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연주를 음미하며 맨발로 걷기 좋은 흙길은 부드러운 촉감이 일품이다. 그 길엔 ‘한국의 명수名水’로 이름난 방아다리약수터도 있다. 탄산수처럼 톡 쏘는 약수는 위장병, 피부병 완화에 효과 만점.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이 약수터는 일제 치하 징병을 피하려 환자로 가장한 사람들의 은신처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곧 보약인 이 숲은 故 김익로선생이 한국전쟁 후 황폐화된 산자락에 일생을 바쳐 나무를 심고가꾼 사유지로, 삶의 쉼표를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ADDRESS 밀브릿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로 1011-26
TRANSPORTATION 진부버스터미널 출발: 방아다리약수 방면 버스 이동, 하루 4회 운행 • 033-335-6307
STAY 밀브릿지: 전나무 숲속에 조성된 숲 체험 쉼터. 자연과 조화를이루는 카페와 갤러리, 식당, 숙박 시설을 갖춰 하루 이틀 머물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 • 033-335-7282
TIP 밀브릿지 전나무 숲길: 입장료 2천원(어른 기준)오대산 선재길: 천 년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이어주는 9.5km 옛길.계곡 물줄기를 요리조리 넘나드는 징검다리와 오솔길을 걷는 것이 묘미.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돌아올 때는 군내 버스 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