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오늘
2021/03 • ISSUE 34
editorKim Jihye
1980년대부터 북극 지방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라그나 악셀손의 ‘북극의 영웅: 세계가 녹고 있다’.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수상작이다.
지구온난화, 북극의 해빙, 이상 고온, 잡히지 않는 거대한 산불과 대홍수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재난 관련 뉴스는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초미세먼지 시대를 맞으면서 환경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을 때, 팬데믹으로 생태계 파괴가 인류에게 주는 위협을 직격탄으로 경험 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전 세계적으로 배달과 포장 서비스가 증가하고, 결국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일회용 폐기물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는 위험에 대한 대비와 대응력을 키웠으며, 언택트 트렌드로 ‘편테크’ 등 기술 발전을 조금 더 가속화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기후 위기라는 문제는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대비와 대응을 하고 있는 걸까?
기후변화에서 기후 위기, 기후 비상까지
2019년 영국 언론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 위기(climate crisis)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비상 사태(emergency)나 붕괴(breakdown) 같은 단어도 기후와 관련된 용어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최근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2021’을 통해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다가올 위험 요인으로 1위 기상이변, 2위 기후 대응 실패 등 기후변화를 들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저탄소 경제를 위한 긴급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두고 “기후에도 뉴 노멀이 왔다. 과거 기준으로는 비정상적인 기후가 현시대에는 새로운 정상이 된 것”이라고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21〉에서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그것을 부정하거나 외면할까? 영국 최초의 기후변화 전문 비영리 기관의 공동 창립자이자 오랫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일해온 조지 마셜은 저서 〈기후변화의 심리학〉에서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들을 외면하고자 자신이 아는 사실에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우리의 능력”이 기후변화에도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 책의 원제는 ‘Don’t Even Think about It’이다.
지구의 내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한 용기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많은 움직임이 있다. 영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된 ‘플라스틱 어택’이 그 예다. 영국 찰스 왕세자가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해 연설했고, 배우 킴 카다시안은 인스타그램에 ‘플라스틱 위기’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면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 사용은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줄이기가 조금은 불편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님을 보여준다.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리필 스테이션’은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브랜드 ‘에코스토어’와 함께 빈 용기를 가져와 리필해서 세제를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환경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직면할 위협과 두려움에 관한 경고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속 가능성’이란 단어가 내포하듯, 모두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사유로의 초대장이기도 하다.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린 과학자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저서를 통해 지구의 풍요를 위해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고 불가능하게 여겨지더라도 환경을 위한 행동에 도전해보라고 독려한다. “전기 절약에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육류 섭취, 식품 폐기물, 자동차 통근, 항공여행, 살충제 사용 등에 더 관심이 갈 수도 있다. 사명에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집에서 시작해 점점 더 확대해나가자. 얼마나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는지 알게 된다면 분명 놀랄 것이다.”
루이 비통이 포토그래퍼 겸 아티스트 비비안 사센과 함께 아이슬란드 풍광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다.
다큐멘터리이자 동명의 소설로 출간된 〈노 임팩트 맨〉은 뉴욕 한복판에서 사는 한 가족이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1년간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콜린 비밴의 가족이 실천한 이 극단적인 실험을 보면 자문하게 한다. 전기를 아예 끊지는 못하지만 에어컨 트는 횟수는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소비를 멈출 수는 없지만, “적게 사고, 잘 고르고, 오래 쓰세요”라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여사의 조언은 따를 수 있지 않을까?
공생하는 예술가와 브랜드
우리는 전시장에서도 환경과 기후 문제를 고민하며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그려볼 수 있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열리는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Leica Oskar Barnack Award’는 전 지구적 환경 재난 시대에 사진 이미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관객에게 묻는다.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던지는 질문에는 근본적으로 지구에 관련된 인류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매우 급진적인 개념이 담겨 있기도 하다.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은 과학적 상상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1 라프레리의 ‘스위스 비전 오브 뷰티’ 캠페인. 2 ‘나이키 에어 베이퍼맥스 2020 플라이니트’. 3 몽클레르의 ‘본 투 프로텍트’ 캠페인. 4 톰 포드의 ‘오션 플라스틱 타임피스’. 5 이딸라 ‘100% 리사이클 에디션’.
“화석연료 없이 움직이는 이동 장치 개발이 가능할까? 과연 ‘인류세’ 이후에 동시대의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선보인 그의 작품 세계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공생’이었다.
“서스테이너블 라이프는 우리의 일상과 소비에서 중요한 요소로 삶의 관점과 태도이자 비즈니스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 구조)는 필수 경쟁력이 되었다.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바로 공존 때문”이라고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라이프 트렌드 2021〉에서 강조한다. 이렇게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브랜드가 노력을 기울이는 덕에 의식 있는 소비생활이 가능하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등 ‘다른 차원의 의미 있는 럭셔리’를 실천하는 라프레리, 제로 탄소 배출과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하는 나이키의 ‘무브 투 제로’ 운동, 100%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톰 포드의 타임피스, 다운을 제외한 모든 원단과 액세서리의 탄소 배출을 40%까지 줄이도록 재활용하는 ‘몽클레르 본 투 프로텍트’가 그것이다.
방송인 타일러 라시의 꿈은 놀랍게도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6년부터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펴냈는데, 의식 있는 소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에 관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환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보다 낫지 않을까. 또 애초에 환경보호에 필요한 시도를 했다는 것이 지닌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가능한 한 환경에 부담이 덜한 행동을 찾고, 되도록 환경을 고민하는 기업의 제품을 택해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면서도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내일을 맞이하길 꿈꾸어본다.
환경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내일
감독 시릴 디옹과 배우 멜라니 로랑은 함께 세계 10개국을 누비며 50여 명의 과학자와 사회운동가, 기업가, 정치인을 만나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안을 실천하기만 하면 지구의 내일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제시한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대부분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한다.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바다의 현실을 알게 된 감독은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진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일상 속 친환경 실천법을
알려주는 책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국내 대표 환경 도서를 출간하며 일상에서 환경문제가 나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해온 박경화 작가가 일상 속 물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바람직한 물건 사용법을 소개한다.
잘 버리면 살아나요
다양한 환경 교육을 진행하는 저자가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법’을 50가지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아이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 분리배출 워크북과 수업 자료를 함께 실었다.
전지적 지구 시점
‘환경문제에 눈을 뜬 보통 회사원’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알려주는, 물티슈나 종이 타월 대신 ‘와입스’ 쓰기, 대나무 칫솔 사용해보기 등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과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저자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2016년부터 삶에서 덜어낼 1천 가지 물건을 정하고 ‘윤리적 최소주의자’로 살아가는 일상을 기록하며 삶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법을 공유한다.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망원동 에코 하우스〉 저자이자 망원동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를 ‘덕질’하는 ‘호모 쓰레기쿠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그동안 펼친 활동과 함께 플라스틱 프리 메뉴얼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