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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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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DESIGN DUO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반짝이는 영감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 충돌할 때 도출된다.
차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열정적인 토론에서 혁신을 만드는 세계적인 듀오 디자이너를 만났다.
곡선 디자인이 돋보이는 폴트로나 프라우의 암체어 ‘나이스’에 앉아 있는스티네 감과 알루미늄 다리와 빛나는 대리석 상판으로 이루어진 매력적인 테이블‘호미Homey’ 앞에 서 있는 엔리코 프라테시.
GAMFRATESI
스티네 감Stine Gam과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
1 POLTRONA FRAU • 룸 디바이더 플롯
2 GTV by 한국가구 • 모스 북 케이스와 타르가 라운지
3 LOUIS POULSEN • 실용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램프 유
매장에서 만나요
4 POLTRONA FRAU • 디자인이 돋보이는 쿠페 침대
매장에서 만나요"작업 과정에서도 상반된 힘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순간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탄생한다."
흔히들 리빙 디자인 강국으로 이탈리아와 덴마크를 떠올린다. 근대 이후부터 실권을 유지해온 이탈리아
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디자인 아카이브, 장인들의 수공예 정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진보
적인 디자이너를 자산으로 독보적 아이덴티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덴마크 디자인에는 물질
적인 것보다 정신적 충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다. 핀 율Finn Juhl과 한스 J. 베그너Hans
J. Wegner 같은 거장들을 배출했고, 고품질 재료로 제작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오브제를 추
구한다. 최근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는 두 나라의 요소가 조화를 이룬 결정체라 할 수 있
다. 덴마크 출신 건축가 스티네 감Stine Gam과 이탈리아 출신 산업 디자이너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로 구성된 듀오는 2006년 스튜디오 감프라테시를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다. 차이점을 존중하
고, 각자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 따라서 상이한 문화와 환경의 요소를 매끈
히 연결하는 가교적 역할에 뛰어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서로 다른 곳에 뿌리를 둔 만
큼 디자인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요. 덴마크 디자인이 정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이탈리아 디자인은
개방성이 방점입니다. 우리는 두 세계를 융합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죠.” 작업 과정에서도 상반된 힘
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순간 균형 잡힌 아이템이 탄생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의 원칙은 융합보다 중용에
가깝다. 공유하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 기능적이되 장식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 것, 오브제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챙기되 독단적으로 보이지 않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제품을 소개할 때 덴마크와
이탈리아의 디자인 융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만큼 어느 한 곳에 소속된 디자인으로 정의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배경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려고 노력하죠.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만났지만
스웨덴·덴마크·도쿄 등에서 살았고, 디자인 페어를 찾아다니며 여러 나라로 여행을 갑니다.”
익숙함보다 다변적인 요소에 익숙한 감프라테시의 굳건한 정체성을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영감, 작업,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부 관계라는 사실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해요. 일과 삶의 뚜렷한 경계
없이 24시간 디자인 작업을 하지만 행복해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눌 수 있죠.”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감프라테시의 제품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루이스 폴센의 램프 ‘유Yuh’, 구비의 라운
지 체어 ‘비틀Beetle’과 ‘배트Bat’를 비롯해 올해는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의 신제품 ‘나이스Nice
체어’와 ‘호미Homey 테이블’을 소개했다. 앞으로도 감프라테시는 가구 디자인을 넘어 다양한 전문가들
과 협업하며 인테리어 디자인, 전시 부스 디자인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B&B 이탈리아 컬래버레이션1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해석한 토비-이시 라운드 테이블과 함께 포즈를 취한 에드워드 바버(왼쪽)와 제이 오스거비.
BARBER & OSGERBY
에드워드 바버Edward Barber와 제이 오스거비Jay Osgerby
1 LOUIS VUITTON •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벨 램프
2 EMECO • 에메코의 온앤온 체어
3 팁톤 • 체어 제작 과정의 스케치
4 B&B ITALIA • 정원의장식 돌에서 이름을 따온 토비-이시 테이블
©Vitra, Photo: Studio AKFB
VITRA • 유동적인 업무 환경을 실현하는 소프트 웨이트 시스템
"디자인은 언제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카라라Carrara에서 채석한 화이트와 그린 컬러 대리석을 스트라이프 형태로 접합한 테이블, 원형 상판을 받치는 2개의 뭉툭한 돌은 평범한 다리 형태를 거부하는 듯하다.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바버&오스거비가 B&B 이탈리아 컬래버레이션 10주년을 기념해 재해석한 토비-이시Tobi-Ishi 테이블이다. 가장 최근에 바버&오스거비가 펼친 활약을 살펴보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업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자 비트라와 소프트 웨이트 시스템Soft Wait System을, 욕실이 또 하나의 휴식 공간으로 떠오르자 악소르Ａxor와 욕실 액세서리 컬렉션을 발표했다. 어떤 장소에서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고안한 소파 소프트 웨이트 시스템은 충전을 위한 소켓,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팔걸이와 등받이를 갖추어 실용성을 높였다. 이쯤 되면 바버&오스거비가 추구하는 디자인 작업 방향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 그들이 제안하는 혁신의 축에는 전형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와 포부가 담겨 있다. 듀오의 이름을 디자인계에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비트라의 팁톤Tipton 체어가 대표적 예. 이 제품은 의자가 척추에 가하는 부담을 줄이고, 고정하는 의자에서 탈피해보자는 목표 아래 탄생했다. 사람이 책상에 앉아 집중할 때 몸이 앞으로 기운다는 사실을 토대로 편리한 의자를 만들어보자는발상을 떠올린 것. 결국 인체를 위한 물건으로서 의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을 수 있었다. “런던 왕립 예술대학에서 제이를 처음 만났어요. 둘 다 디자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채 서둘러 사회에 진출하고 싶어 했죠. 수업이 끝나면 레스토랑, 바 등 공간 디자인 작업을 찾아다녔어요.”
실용적 디자인을 탐구하고자 사회, 경제, 문화에서 단서를 찾아가던 이들은 1996년 바버&오스거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현재의 시너지는 어떨까. “치열하게 논쟁해요.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팀이 발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딪칠수록 기발한 생각이 나옵니다. 어떤 의견이 옳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편협한 사고방식이 깨지는 거죠.”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의견보다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리서치를 통한 사실적 파악이 부족하다면 그 결과는 추상적일 수밖에요.” 이들은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요즘 집중하는 분야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 3년 전 에메코Emeco와의 작업이 시작점이었다. 플라스틱 물병을 재생한 재활용 PET에 유리섬유를 혼합한 온앤온On&On 체어처럼 리사이클링의 개념을 넘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소한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디자이너의 역할 또는 비전이라 여겨도 좋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절실해졌어요. 디자인은 언제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합니다.”
실용적 디자인을 탐구하고자 사회, 경제, 문화에서 단서를 찾아가던 이들은 1996년 바버&오스거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현재의 시너지는 어떨까. “치열하게 논쟁해요.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팀이 발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딪칠수록 기발한 생각이 나옵니다. 어떤 의견이 옳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편협한 사고방식이 깨지는 거죠.”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의견보다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리서치를 통한 사실적 파악이 부족하다면 그 결과는 추상적일 수밖에요.” 이들은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요즘 집중하는 분야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 3년 전 에메코Emeco와의 작업이 시작점이었다. 플라스틱 물병을 재생한 재활용 PET에 유리섬유를 혼합한 온앤온On&On 체어처럼 리사이클링의 개념을 넘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소한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디자이너의 역할 또는 비전이라 여겨도 좋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절실해졌어요. 디자인은 언제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합니다.”
종이 소재에 대한 깊은 연구 끝에 선보인 서펜타인 라이트. 그 아래 나란히 서 있는 소피아 라게르크비스트(왼쪽)와 안나 린드그렌
FRONT
소피아 라게르크비스트Sofia Lagerkvist와 안나 린드그렌Anna Lindgren
1 MOOOI • 3차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도자기가 바람에 날리는 효과를 재현한 블로 어웨이 화병
2 VITRA • 레스팅 버드
3 MOOOI • 실제 말 크기의 호스 램프
4 MOOOI • 몽환적인 무드의 워킹 온 클라우즈 카펫
5 MOOOI • 민들레 홀씨를 연상시키는 서펜타인 라이트
"프론트는 브랜드의 상상이 깃든 디자인 세계에 사용자가 긴밀히 함께하기를 바란다.
디테일은 프론트와 사용자 간의 간극을 메운다."
초현실적인 무드와 실험 정신이 충만한 제품으로 명성과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네덜란드 브랜드 모오이
Moooi. 실제 동물 크기로 제작한 램프,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달콤한 기분을 선사하는 구름 패턴 러그 등
모오이의 기발한 제품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2001년 모오이의 첫 모험이 시작된 이래 20여 년간
브랜드의 정체성을 동시대적 틀 안에서 이어온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어떤 감각을 지녔을까. 모오이
와 흥미로운 연을 맺은 아티스트 중 스웨덴 출신 듀오 디자이너 그룹 프론트를 주목해보자. 올해 밀라노 디
자인 박람회 모오이 부스에서 만난 프론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커다란 민들레 홀씨를 연상시키는
종이 램프 서펜타인 라이트Serpentine Light가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램프 형태를 패턴화해 착시 현
상을 일으키는 서펜타인 카펫이 기이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로 벽에 걸려 있었다. 모오이를 상징하는 예술
적 감각, 도전 정신, 독창적 무드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여성미는 이 팀의 정체성과도 같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스톡홀름 대학교 산업디자인과 동문으로 만난 소피아 라게르크비스트와 안나 린드그렌은 프로젝트 과제를 하면서 ‘죽이 잘 맞는’ 친구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이들은 2003년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 함께 참여했고, 2008년 디자인 스튜디오로 활동을 시작했다. “협동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관심사를 확대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혼자 하면 상상에 그치지만 함께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팀워크에서 나오는 두둑한 배짱으로 그들은 서로의 상상력을 지지하며 공존의 세계를 넓혀간다. “작업 과정은 소소해요. 웃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눠요. 엉뚱한 이야기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요.” 디자인 작업의 물꼬를 트게 해주는 요소가 바로 이 대화다. 일상의 대화도 영감으로 작용하는 이들에겐 디테일이 중요하다. 차원 높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어서다. 그래서 기술, 재료, 비례 등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연구한다. 프론트는 브랜드의 상상이 깃든 디자인 세계에 사용자가 긴밀히 함께하기를 바란다. 디테일은 프론트와 사용자 간의 간극을 메운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티스트의 작업에서 활용되지 못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될까. 그 쓰임도 기발하다. 컬렉터블 디자인 영역을 활용한다. 런던과 파리에 지점을 둔 갤러리 크레오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 뉴욕 모마MoMA,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 소장되었다. 여성이 선두에 나서 미래를 이끈다는 의미로 지었다는 이름처럼 지금 프론트는 21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스웨덴 디자인의 고전적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팀으로 꼽힌다. 그리고 노르딕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인 어워드 ‘토르스텐 앤드 바니아쇠데르베리상(The Torsten and Wanja So¨derbergPrize)’ 수상은 프론트를 선두에 우뚝 세웠다.
스톡홀름 대학교 산업디자인과 동문으로 만난 소피아 라게르크비스트와 안나 린드그렌은 프로젝트 과제를 하면서 ‘죽이 잘 맞는’ 친구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이들은 2003년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 함께 참여했고, 2008년 디자인 스튜디오로 활동을 시작했다. “협동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관심사를 확대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혼자 하면 상상에 그치지만 함께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팀워크에서 나오는 두둑한 배짱으로 그들은 서로의 상상력을 지지하며 공존의 세계를 넓혀간다. “작업 과정은 소소해요. 웃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눠요. 엉뚱한 이야기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요.” 디자인 작업의 물꼬를 트게 해주는 요소가 바로 이 대화다. 일상의 대화도 영감으로 작용하는 이들에겐 디테일이 중요하다. 차원 높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어서다. 그래서 기술, 재료, 비례 등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연구한다. 프론트는 브랜드의 상상이 깃든 디자인 세계에 사용자가 긴밀히 함께하기를 바란다. 디테일은 프론트와 사용자 간의 간극을 메운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티스트의 작업에서 활용되지 못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될까. 그 쓰임도 기발하다. 컬렉터블 디자인 영역을 활용한다. 런던과 파리에 지점을 둔 갤러리 크레오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 뉴욕 모마MoMA,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 소장되었다. 여성이 선두에 나서 미래를 이끈다는 의미로 지었다는 이름처럼 지금 프론트는 21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스웨덴 디자인의 고전적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팀으로 꼽힌다. 그리고 노르딕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인 어워드 ‘토르스텐 앤드 바니아쇠데르베리상(The Torsten and Wanja So¨derbergPrize)’ 수상은 프론트를 선두에 우뚝 세웠다.
writerAlice Ida, Anna Gye
editorKim MinhyungphotographerMonica Spez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