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E EN FLEUR
그녀의 집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림의 일부가 된다. 아티스트 클레르 바즐레는 그렇게 그림 속에 살고 있다. “열두 살 무렵이었어요.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 아비뇽에 있는 고딕 양식 궁전을 방문했는데, 프레스코화가 파노라마처럼 둘러싸인 교황 클레멘스 6세(Pope Clemens VI)의 개인 서재를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을 샹브르 뒤 세르프Chambre du Cerf라 부르더라고요. 작품을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그림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언젠가는 꼭 그림으로 둘러싸인 집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1978년 파리 에콜 드 보자르를 졸업한 이후 꽃과 식물 등 자연물을 주제로 한 유화 그리기를 일관적으로 이어오면서 열두 살 때의 그 짜릿한 경험을 잊지 않았다. 파리 몽트뢰에 위치한 공장 보일러실을 개조한 집과 스튜디오에서 지내며 새로운 방법으로 꽃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작업에 몰두할수록 작품과 혼연일체가 되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건축가인 남편 피에르 임호프Pierre Imhof는 그녀의 꿈을 실현시켜준 든든한 조력자다. 그는 부인을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프랑스 전역을 다니며 발품 팔아 집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2011년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작업의 영감 그 자체가 될 이 고성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매입했다.
새롭게 눈뜬 자연의 의미
유명 화가 고흐도 자연에 매달린 작가 중 하나다. 대표작인 ‘해바라기’, ‘아이리스’도 바로 그의 정원에서 잉태된 것이다. 고흐 역시 삶의 지표는 정원에서 펼쳐진다고 여겼으며 상처 난 영혼을 자연에서 위로받았다. 클레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정원을 가꾸는 즐거움도 크지만 스튜디오에서 그림 속 꽃과 식물을 돌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벽화가 없는 장소는 온실과 마구간. 이 공간에는 벽화 대신 커다란 아치형 창문이 있어 밖의 푸르른 정원이 수시로 인사를 건넨다. “예전에는 꽃을 섬세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잎사귀와 꽃잎 하나하나 똑같이 구현하려고 애썼죠. 하지만 지금은 사실적 작품보다는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며 관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꽃의 생김새보다 주변을 아우르는 배경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것도 바로 그 이유예요.”
writerGye Anna
editor Lim Jimin
photographer Robyn L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