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춤을 즐기고 보노보의 느릿한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는 경이를 느끼는 시인이 되고 자기를 성찰하는 산책자가 된다.
"동물원은 천천히 걷는 발과 느긋이 지켜보는
눈을 요구함으로써 우리가 지친 몸을 달래고 곤두선 정신을 누그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게 돕는다."
감각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해외 여행지에서 마지막 날 반나절은 언제나 애매하다. 훌륭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르기엔 대부분 시간이 너무나 짧고, 산책을 위해 거리를 무작정 어슬렁대거나 공항에서 멍 때리기엔 시간이 조금 아깝다. 한때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뛰듯이 날듯이 유명 관광지를 ‘하나라도 더’를 외치며 훑고 다닌 적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갔다 왔다’라는 자부만 남는 여행은 어느 날부터 별로 하고 싶지 않아졌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그르니에에 따르면 “인간은 감각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그 무엇을 감지할 때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함께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여행 끝자락에 감각을 자극하고 정신을 고양하는 감동과 현기증을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떤 여행도 멋진 여행으로 기억되리라. 마지막 여행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 신비한 경험을 하면서 두세 시간 충만한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면 좋겠다.
내가 이러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장소는 동물원이다. 도시마다 있는 크고 작은 동물원은 대부분 시내에서 한 시간 이내에 닿는 편리한 위치에 있어 짧게 다녀오기 좋다. 게다가 동물원은 생명체들의 역동을 통해 상상력을 일으키는 풍부한 감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또한 천천히 걷는 발과 느긋이 지켜보는 눈을 요구함으로써 우리가 지친 몸을 달래고 곤두선 정신을 누그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게 돕는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의 표현을 빌리면, 동물원은 “방종이 미덕이고 느긋함이 권리이며 무신경이 멋이 되는 장소”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언제나 여행의 주요 목적이 아닌가. 일상의 시간을 벗어나 이질적 속도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정신을 개벽하는 일 말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와 무연히, 무심히 동물원의 시간은 흘러간다. 아기 사자의 하품을 보고 플라멩코 춤을 즐기며 보노보의 느릿한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는 경이를 느끼는 시인이 되는 동시에 자기를 성찰하는 산책자가 된다.
권력의 상징, 부자유의 초상
"마음의 눈을 통해 길도 나지 않은
사막과 황무지에 발자국을 남기고
낭만적 고독을 만끽하며 산 정상을 오른다.
상상할 수 없었던 나라들의 실재를
여기에서 보리라."
두세 시간의 세계 여행이자 온 세상 체험
경이와 전율의 폭발
writer Jang Eunsu 출판 편집인, 문학평론가
editor Kim Minh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