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WAVE
분더샵에서 주목할 만한 세 브랜드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만났다.
변화를 위한 상상력
마린 세르
마린 세르만의 독보적 세계관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2016년에 발표한 졸업 작품 컬렉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확실한 큐레이션을 갖춘 온라인 쇼핑몰 센스와 샌프란시스코의 백화점 노드스트롬 등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 2017년에는 LVMH 프라이즈를 수상하며 패션계의 슈퍼 루키로 떠올랐다. “사랑한다는 것은 고치는 거예요. 업사이클링은 우리 영혼을 살아 있게 하는 방법이죠.” 수명을 다한 옷을 ‘재생’ 시키는 과정을 통해 패션 산업은 물론 문화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스포츠 웨어를 응용한 스타일도 대표적인 특징이다. 육상 트랙 위에서 펼쳐진 2023년 S/S 컬렉션에는 실제 운동선수가 등장하기도. 그뿐만 아니라 축구공, 덤벨, 복싱 헤드기어 등 스포츠용품을 더한 스타일링을 연출해 건강하고 힙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그녀의 도전 정신은 카테고리 확장에서도 빛을 발한다. 쿠튀르 라인, 언더웨어 라인, 하이브리드 라인에 이어 맨즈 웨어를 출시한 것.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작업하려 해요. 지난 런웨이에서 남성 모델이 스커트를 입었는데,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주 멋스러웠죠.” 그녀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옷을 입는 사람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분더샵에서 첫 스니커즈 라인도 선보였다. 아이코닉한 초승달 로고가 돋보이는 디자인은 단숨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솔부터 미드솔, 러버 등에 대부분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해 마린 세르다운 스니커즈를 탄생시켰다.
달, 스포츠, 재생 등 각기 다른 단어는 마린 세르라는 교차점에서 만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발산한다. 앞으로도 수없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마린 세르의 미래를 기대해보자.
초승달과 스포티즘의 미학
MARINE
SERRE
Q 영감을 주는 도시가 있는지?
A 최근에 팀원들과 영국 런던에 다녀왔어요. 넘치는 에너지와 다채로운 풍경, 냄새, 소리까지! 모든 것이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왔어요. 파리에서 기차로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Q 오랜 취미가 있는지?
A 운동신경이 워낙 좋아서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될 뻔했어요. 지금도 운동은 자주 하고 있어요.
Q 한국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A 미니 이클립스 백과 MS 라이즈 스니커즈를 추천해요. 우리의 시그너처인 초승달 로고를 응용한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MARINE SERRE by BOONTHESHOP MEN & CASESTUDY
스니커즈 • 59만원
Q 브랜드 론칭 뒤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다면?
A 가수이자 배우인 비요크가 2021년 S/S 아모르 파티 컬렉션을 입었던 것! 평소 그녀의 천재적 재능과 가치관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에 감격스러웠어요.
MARINE SERRE by BOONTHESHOP MEN
네크리스 • 73만원
Q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A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중요해요. 무용수 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작업에서 많은 힘을 얻어요. 그와 바체바 무용단이 함께 만든 가가 댄스를 연습하며 균형을 찾습니다.
2014년에 선보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16〉 공연.
미니멀 퓨처리즘의 대명사
COURRÈGES
Q 꾸레주의 디렉터를 맡은 것도 벌써 3년째인데, 데뷔 스토리가 궁금하다.
A 꾸레주가 지닌 미니멀리즘, 퓨처리즘 그리고 낙천적 요소라는 핵심적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티스틱 디렉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Q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예술 작가가 궁금하다.
A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많지만 제니 홀저Jenny Holzer와 카르스텐 횔러Carsten Holler,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작업을 특히 좋아한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미술관에서 열린 〈Jenny Holzer〉의 설치 작품, 2023.
Q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A 블론드 레드헤드의 ‘퓨처리즘 vs 파세이즘 파트 2Futurism vs Passe´ism Part 2’는 항상 같은 열정으로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준다.
블론드 레드헤드의 앨범 〈In An Expression of the Inexpressible〉.
Q 늘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메탈 소재 펜슬.
MONTBLANC
그레이트 캐릭터 지미 헨드릭스 스페셜 에디션 수성펜 • 1백30만원
Q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A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가장 좋아하는 책이고, 인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Q 퓨처리즘을 지향하는 꾸레주처럼 당신이 꿈꾸는 미래는?
A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사람들이 존경과 화합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꾸레주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스 디 펠리체
1961년 앙드레 꾸레주가 설립한 꾸레주는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브랜드가 지닌 미니멀리즘과 연속성을 깊이 이해하는 니콜라스 디 펠리체가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게 되면서부터다. 벨기에 출신으로 발렌시아가와 루이 비통 등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21년 F/W 파리 패션 위크에서 꾸레주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데뷔 컬렉션을 치렀다. 브랜드 시그너처인 미니스커트, 크롭트 재킷 같은 아이템을 미니멀한 동시에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해석해 젠지 세대를 열광시켰고 이후 컬렉션에서는 드론,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젊은 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디지털 시대에 맞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 위, 모래 폭포가 쏟아지는 원형 세트에서 선보인 2023년 S/S 컬렉션에 대해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꾸레주와 저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에는 하우스가 전하는 메시지와는 또 다른 저만의 로맨티시즘을 덧붙이고 싶었어요.” 기존의 기하학적 디자인을 현대적 미학으로 발전시킨 이번 컬렉션에서는 앙드레 꾸레주의 유산에 경의를 표현하는 동시에, 미니멀리즘에 테크노적 요소를 가미한 Y2K 룩으로 많은 이의 찬사를 받았다.
“시대에 제한을 받지 않는 영원한 패션. 이것이 제가 하우스에 합류했을 때부터 강조하고 싶었던 거예요.” 친환경 비닐을 개발해 1970년대부터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탐구해온 꾸레주지만, 디 펠리체가 말하고 싶은 ‘타임리스 패션’은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이 윗세대에서 옷을 물려 입는 것을 보고 그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어요.” 시간이 지나도 버리지 않고 오래 간직할 만한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그의 가치관은 가장 동시대적이기도 하다. 꾸레주의 역사를 눈부신 흥행 속에서 이어가고 있는 니콜라스 디 펠리체. 그의 손에서 탄생할 앞으로의 컬렉션이 더욱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꾸레주의 의류부터 모자, 가방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분더샵 청담 팝업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여성성에 관한 색다른 해석아미나 무아디
구조적인 실루엣의 플레어 힐, 크리스털 오너먼트, 피라미드 셰이프 등 패션계에 트렌디한 감성을 불어넣는 아미나 무아디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급부상 중이다. SNS를 적극 활용하는 소통 방식과 유니크한 디자인을 결합해 슈즈를 사랑하는 동시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연소 여성 슈즈 디자이너로 불리며 패션 필드에서 주목받은 아미나 무아디가 얘기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은 자존감.
“강력한 여성성을 추구합니다. 저를 비롯해 세련되고 자신감 있으면서 편안함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를 론칭하고 할리우드 스타 리한나와 협업해 만든 펜티 슈즈로 올해의 컬래버레이터상을 거머쥐었으며, 이후 HBO의 드라마 <유포리아> 시즌 2에 출연한 알렉사 데미(매디 페레즈 역)의 글래디에이터 샌들로 히트를 쳐 대중성을 이어갔다.
“여성스러운 실루엣이지만 가운이나 스웨트 팬츠에 매치했을 때 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아미나 무아디의 슈즈는 자신감을 주죠.” 그녀는 스타의 무대 룩부터 데일리 룩에 이르기까지 대담함과 보편성을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또 슈즈 디자인의 기술적 측면도 놓칠 수 없어 사무실보다 공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라고 말한다.
슬링백부터 펌프스, 부츠와 뮬에 이르기까지 여성 슈즈를 다루는 아미나 무아디는 미니 백 컬렉션과 액세서리까지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확장 중이다.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그녀는 앞으로의 포부를 자신 있게 내비쳤다.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정말 기대돼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패션 실험을 끝없이 이어가고 싶어요.” 여성들에게 일상의 용기와 힘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아미나 무아디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분더샵에서는 시그너처인 슈즈 외에도 주얼리, 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강인한 여성성을 추구하는
AMINA MUADDI
Q 브랜드 론칭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내 첫 번째 컬렉션이 하루 만에 매진되었을 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 더욱 뜻깊었다.
Q 본인 제품 중 즐겨 착용하는 아이템은?
A 가장 최근에 출시한 제품에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캐주얼하게 입고 싶은 날이라면 그레이 컬러의 지울리를 신을 것이고, 여성스럽게 보이고 싶다면 카멜리아를 선택할 것이다.
AMINA MUADDI by BOONTHESHOP SHOE
1. 아미니 조지아 핸들 백 • 1백31만원
2. 베굼 PVC 슬링백 • 1백79만원
Q 좋아하는 음악은?
A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특히 힙합을 좋아한다. 올드 스쿨의 대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1.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앨범 〈빅 파파〉.
2. AMINA MUADDI by BOONTHESHOP SHOE 베굼 이어링 미니 • 79만원
Q 가장 사랑하는 도시는 어디인가?
A 내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밀라노도 떠오르고, 최근에는 리우데자네이루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파리를 가장 사랑한다.
Q 바쁜 일상 속 마음의 여유를 갖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지?
A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명상을 즐겨 하고 스트레스를 풀 때는 운동을 한다. 좋은 공간에서 긍정적 바이브를 얻으려고 한다.
1. GINORI 1735 by PISHON 프라테 인센스 버너 • 47만원대
2. NOHRD by S.I.VILLAGE 노르드 바이크 • 8백만원
editorYu Jieun, Hwang Eunchae
photographerKim Jeongheun, Ryu Ho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