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와인’ 그 자체, 할란 에스테이트
‘컬트cult’는 추종, 추앙하다라는 뜻의 단어다. 할란은 컬트 와인의 정점이다.
컬트 와인의 선구자,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를 극찬하는 용어는 수도 없이 많지만, 우선 ‘컬트 와인Cult Wine’이라는 독보적인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최적의 생산 조건을 지닌 포도원에서 최고 품질의 포도만을 선별해 ‘소수의 마니아’처럼 와이너리 메일링 리스트에 등록된 애호가들에게만 선택적으로 거래되는 와인. 즉 생산하는 이부터 받고 즐기는 이의 마음까지, 까다로운 품격에 걸맞아야 쓸모가 유용한 와인인 것이다.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연간 생산량 2만 4천 병 이하, 병당 4백 달러 이상의 가격, 저명한 평론가에게 1백 점을 받은 와이너리의 와인이라면 그 자격을 인정받는다.
할란, ‘완벽’을 단 하나의 기준으로 삼다
컬트 와인은 미국 나파 밸리에 근원을 둔다. 미국 와인의 90%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며, 풍부한 일조량을 지닌 온화한 기후를 감안하면 나파 밸리가 근원적 생산지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미국 3대 컬트 와인으로는 할란 에스테이트를 비롯해 ‘브라이언트 패밀리 빈야드Bryant Family Vineyard’,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을 꼽는다. 모두 미국 나파 밸리에서 컬트 와인 역사의 시작을 알린 1세대 대표 주자다. 이 외에도 50여 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셰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 또한 로버트 파커에게 “카베르네 소비뇽이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맛”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매스 컬트 와인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40년의 역사 속에서 한결같은 위상을 유지한 할란 에스테이트는 빈티지별 기복이 가장 적고,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특성으로 와인 평론가와 애호가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10년을 기다린 와인
연간 2만 병 이하로 생산해 희소성 있는 할란 와인의 매력을 좀 더 깊이 음미하고 싶다면 40년 역사를 이끌어온 주역, 창립자 빌 할란Bill Harlan과 아들 윌 할란Will Harla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파 밸리 와인을 말할 때 꼽는 요소 한 가지가 바로 ‘사람’이기에 더욱 그렇다. 20대 시절, 샌프란시스코의 UC버클리대학교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빌 할란이 처음부터 와인 메이커에 대한 거대한 꿈을 키웠던 것은 아니다. 졸업 후 부동산 개발 회사 ‘퍼시픽 유니온Paci䛴c Union’을 설립해 부를 축적하며 땅에 대한 감각을 습득했을 뿐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인 메이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친분이 있었던 빌은 그와 프랑스 부르고뉴, 보르도 등 유명 산지를 함께 여행하며 경사진 언덕에 있는 포도밭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고 깨닫는다. 나파 밸리로 돌아온 그는 장기간의 수소문 끝에 오크빌 서쪽 비탈진 언덕의 배수가 잘되는 화강암 토지 93헥타르를 매입한다. 때는 1984년. 이후 첫 포도나무를 심은 해가 1985년, 첫 와인을 선보인 해가 1996년이다. 이상적인 토지를 발견하고 맛 좋은 포도를 재배하기까지, 그리고 첫 와인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계산해보면 할란 와이너리를 지배하는 성정이 그려진다. 바로 인내, 집념, 충직함이다.
토양, 포도, 레이블까지 “디테일의 역작”
빌 할란은 애초에 ‘나파 밸리의 1등급 와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다지며 포도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의 자문을 받아 재배 면적 비율을 카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20%, 카베르네 프랑 8%, 프티 베르도 2%로 영민하게 분할했고,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제한했다. 수확은 낱알을 일일이 직접 선별해서 한다. 레이블은 어떠한가. 고풍스러운 무드를 자아내는, 포도를 든 여인이 그려진 지폐 느낌의 레이블은 빌 할란의 취향을 반영한다. 빈티지 우표 컬렉터였던 그는 위조할 수 없는 지폐를 연상하며 미국 지폐의 마지막 인쇄 기술자를 수소문해 찾아갔다. 이렇게 제조 과정의 A부터 Z까지 전 과정에 담긴 노력은 할란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향한다. 지금껏 할란 와인의 가치를 논할 때 ‘희소성’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2백 년 계획을 이어가는 윌 할란
빌 할란이 세운 또 다른 목표는 ‘2백 년 계획’이었다. 할란 와이너리의 최고급 와인을 2백 년 넘게 다음 세대를 통해 이어가겠다는 것. 그리고 그의 바람대로 현재 할란 에스테이트는 아들 윌 할란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할란, 그리고 그들의 프로젝트 ‘본드Bond’, ‘프로몬토리Promontory’, ‘더 마스코트The Mascot’는 모두 미국 나파 밸리의 지역적 특징을 섬세히 담아낸다. 할란 에스테이트를 컬트 와인의 대명사로만 부르기 아쉬운 이유, 2백 년 대물림을 이어가는 윌 할란의 비전을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컬트 와인의 전설
할란 에스테이트 2019 매그넘
Harlan Estate 2019 Magnum
설립 초기부터 와인 평점 1백 점을 맞은 와인이자, 단기간에 ‘20세기 세계 10대 와인’으로 꼽힌 나파 밸리의 전설적인 컬트 와인이다.
가격 1천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입속의 부드러운 볼륨감
오비드 나파 밸리 레드 2016
Ovid Napa Valley 2016
연간 2천 상자 정도만 생산되는 희소성 높은 와인. 미국 나파 밸리 프리처드 힐의 화산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파워풀하면서도 섬세하게 블렌딩한 와인이다. 화려하며 견고하고, 조화로운 나파 레드의 풍미를 즐겨보자.
가격 1백50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완벽한 토양을 향한 집념
콜긴 나인 에스테이트 2012
Colgin IX Estate 2012
1992년 와이너리 설립 후 매년 고득점을 획득하며 빠르게 최고 와인 생산자 위치에 등극한 와이너리. 미국에서 생산하는 보르도 블렌딩 와인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격 3백20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가장 완벽한 한 방울
스크리밍 이글 2012
Screaming Eagle 2012
‘컬트 위의 컬트’로 불리는 와인으로, 나파 밸리 컬트 와인 중 가장 구하기 힘들다고 평가받는다.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스크리밍 이글을 ‘완벽 그 자체’라고 평했다.
가격 2천2백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나파의 신화처럼
브라이언트 패밀리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2018
Bryant Family Vineyard Cabernet Sauvignon 2018
미국 3대 컬트 와인 중 하나로, 많은 평론가들에게 1백 점 만점을 받았다. 다층적인 향과 맛이 이 와인의 가치를 증명한다.
가격 1백70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할란 와이너리의 미래
프로몬토리 2016
Promontory 2016
할란가에서 출시한 또 다른 컬트 역작. 카베르네 소비뇽 베이스의 와인으로 미네랄 캐릭터가 돋보이는 제품이다.다크 베리의 짙은 과일 향은 깊고도 우아한 여운을 남긴다.
가격 3백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새 생명의 순수함처럼
씨네 쿼 넌 일레븐 컨페션
빈야드 그르나슈 2017
Sine Qua Non Eleven Confessions
Vineyard Grenache 2017
일레븐 컨페션 포도밭에서 재배되는 최상급 그르나슈로만 만든 와인. 프로방스 허브의 향기가 그윽한 맛을 선사한다.
가격 3백42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언덕에서 탄생하는 최고의 맛
쉐이퍼 힐사이드 셀렉트
카베르네 소비뇽 2013
Shafer Hillside Select
Cabernet Sauvignon 2013
힐사이드 셀렉트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나파 밸리에서도 손꼽히는 산지 ‘힐사이드 빈야드’에서 생산된다. 언덕에 위치한 덕분에 일조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돼 양질의 포도를 키워낼 수 있다. 와인이 숙성되는 데 최적의 환경이라 좋은 산도를 보여준다.
가격 87만원
당도 ★☆☆☆☆ 산도 ★★★★☆
보디 ★★★★★ 타닌 ★★★★★
editorKim Minh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