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미래 세계를 여행하는 법
2020/3 • ISSUE 23
writerJang Dongsuk 〈뉴필로소퍼〉 편집장, 출판평론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허블
새로운 캐릭터의 힘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19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흥미로운 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자기 성찰 과정을 그려낸 독특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초엽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등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캐릭터’의 힘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보여준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 과학자 안나는 버려진 우주정거장에서 오지 않을 우주선을 1백 년 넘게 기다린다. 안나는 냉동 수면 기술인 딥 프리징을 통해 우주 비행에 나서던 것에서, 그보다 값싸고 빠른 고차원 웜홀 통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주 비행 행태가 바뀌면서 가족과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정거장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남자가 아니었으면 그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을 터. 김초엽이 만들어낸 독특한 캐릭터는 사실상 공상 과학(혹은 과학기술)의 상상력(혹은 발전)이 만들어낸 것이다. 거기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심연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는지 김초엽은 탐색하고 있는 셈이다. ‘스펙트럼’의 설정은 더 독특하다. 수명이 짧은 외계 생명체가 자신들보다 수명이 긴 인간을 돌본다. 외계 생명체인 루이는 주인공 희진과 소통하면서 스스로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도 외계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못한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이기는 하다. 이처럼 김초엽의 단편은 배경이 ‘공상 과학’일 뿐 나와 타자의 관계, 즉 인간의 문제에 집중한다. 완벽한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는 내일이 오면 인간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까. 서로에게 더 깊은 연민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될 것인가. 김초엽은 현실에는 없는 세계 속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애쓴 듯 보인다. 소설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런 점에서 오늘 우리 시대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숨
테드 창/엘리
9편의 중 · 단편이 수록된 테드 창의 SF 소설집 <숨>은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의 행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는 인공지능부터 시간 여행과 외계 지성 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의를 묻는다. 표제작 ‘숨’은 우주에 존재하는 다른 종과 문명을 다룬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인간과는 문명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기계 인간을 통해 타자를 대하는 인간의 편견을 비판한다. 인간 이성의 근원인 자유의지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담은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시사점이 많은 작품이다.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열린책들
1895년 출간된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주인공 ‘시간 여행자(The Time Traveler)’는 4차원을 여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통해 서기 802701년을 여행한다. 태양은 10분의 1 정도만 보이고, 당연히 지구는 피폐해진 상태다. 19세기를 살았던 웰스는 서기 80만년쯤이 지나서야 지구가 황폐화될 것으로 보았지만, 인간은 1백30년이 못 되어 삶의 터전을 황폐화했다. 과학적 논리는 다소 빈약하지만 우주여행, 유전자공학, 지구온난화 등 오늘날 현실이 된 것들을 예견했다는 점에서 <타임머신>은 SF소설의 선구적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운데이션
아이작 아시모프/황금가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전7권)는 장장 50년에 걸쳐 완성한 SF 소설의 걸작이다. 은하제국의 멸망과 함께 찾아올 암흑기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은하제국의 기초, 즉 파운데이션을 만든 해리 셀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숱한 인물이 명멸하는 시간 속에서 제국의 흥망성쇠를 한 편의 대서사시로 보여준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 자체로 정치와 종교, 경제 등으로 얽히고 설킨 인간 역사에 다름 아니다. <아이, 로봇>으로 로봇의 3원칙을 제시해 SF 소설 장르를 개척한 이 작품은 존재 자체로 묵직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