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된 책들
2020/4 • ISSUE 24
writerJang Dongsuk 〈뉴필로소퍼〉 편집장, 출판평론가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윌북
저마다 빛나는 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작품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 <작은 아씨들>은 1868년 출간된 이래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작품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2019 전미비평가협회상 감독상을 받을 만큼 출중한 연출력을 선보이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원작 소설인 <작은 아씨들>은 1917년 처음 영화로 만들어진 이래 최근까지 10번 가까이 할리우드 등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여러 시대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원작이 탄탄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 자신이 네 자매 중 둘째였던 루이자 메이 올컷은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을 통해 필명을 얻었다.목사인 네 자매의 아버지는 남북전쟁이 격렬해지면서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쟁터로 떠난다. 마치 부인과 네 자매는 비록 가난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화목하게 지낸다. 우애가 아무리 좋아도 항상 좋을 수는 없는 법. 때론 토라지기도 하고, 때론 오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경쟁 아닌 경쟁이 시작일 때가 많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에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부쩍 성장한다.
첫째 메그는 온화하면서도 허영심이 강하다. 가난한 집안 형편이 불만이지만 엄마에게만큼은 든든한 맏딸이다. 셋째 베스는 이타주의자답게 심성이 곱다. 몸이 약한 그는 이웃 저택의 로렌스 할아버지와 돈독한 우정을 나눈다. 엄마가 전쟁 중 병에 걸린 아버지를 만나러 간 사이, 병든 이웃의 가족을 보살피다가 성홍열에 걸릴 정도로 정이 많다. 넷째 에이미는 투덜이긴 하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만큼은 똑소리 나게 하는 소녀다. 때론 엉뚱하고 이기적이지만 언니들을 잘 따르고, 그래서 여느 막내가 그렇듯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소녀이기도 하다.
“자신이 천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글이 잘 쓰일 때면 모든 것을 잊고 몰입했다”고 소개되는 작가 지망생 둘째 조는 작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조는 작품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자매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인물이다. 바로 아래 동생 베스가 로렌스 할아버지와 우정을 나눈다면, 조는 손자인 로리와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한다.
네 자매 중 메그와 에이미는 저마다의 사랑을 찾고, 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루고야 만다. 베스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지만, 네 자매는 각자 꿈을 꾸며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은 아씨들>은 그런 점에서 가정 소설이며 개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빛나는 별과 같다. <작은 아씨들>은 그 빛나는 별들의 반짝임을 읽어낼 수 있는고전 중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은 이집트 출신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2007년 작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국내에는 2018년 <그해, 여름 손님>으로 처음 출간되었고, 2019년 리마스터판 <콜 미바이 유어 네임>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열일곱 엘리오와 스물넷 올리버는 사랑하는 사이다. 편곡과 피아노 연주, 책이 세상의 전부인 엘리오는 부모님과 이탈리아 작은 마을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손님으로 온 올리버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된다. 단 6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랑의 설렘을 섬세한 감정의 교감으로 풀어냈다.
차일드 인 타임
이언 매큐언/한겨레출판사
2020년 1월 개봉한 영화 <차일드 인 타임>은 이언 매큐언이 1987년 발표한 <차일드 인 타임>을 원작으로 한다. 아동작가인 스티븐은 마트에서 케이트를 잃어버린다. 쉽게 찾을 줄 알았던 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스티븐과 줄리는 상실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사이, 두 사람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함께 슬픔의 강을 건너지 못했고, 원망과 미움만 쌓아갔다. 단지 부성과 모성의 차이로는 헤아릴 수 없는 인간 감정의 극단을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결국 ‘인간은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대답을 시도한다.
둘리틀 박사 이야기
휴 로프팅/궁리
2020년 1월 개봉한 영화 <닥터 두리틀>은 미국 아동작가 휴 로프팅의 <둘리틀 박사의 모험>(전 12권) 시리즈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휴 로프팅은 전쟁 중 보호받지 못하고 속절없이 죽어가는 동물을 발견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작품 내용 중 신비의 섬을 찾아가는 바다 여행을 소재로 한다. 둘리틀 박사는 매사에 동물과 상의해 지혜로운 결론을 얻는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흥미롭게 전해주는 것이 바로 <둘리틀 박사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