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의 여름 여정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다. 시야를 약간만 넓히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멋진 탐험의 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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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 엿본 오래된 미래
Ladakh,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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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서쪽 끝에 자리한 고대 불교 왕국 라다크는 오지 탐험을 꿈꾸는 여행자의 머릿속에 맴도는 곳이다. 해발 3,000m 고지대인 이곳까지 육로가 열리는 기간은 연중 고작 서너 달에 불과하다. 척박하고 황량한 바위 계곡과 만년설을 덮은 산봉우리 틈을 비집고 들어선 불교 사원 곰파는 그래서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라다크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라다크 왕국의 수도였던 레는 라다크 여행의 필수 코스. 해발 약 5,000m의 고봉이 즐비한 소나마르그에서 빙하 트레킹에 도전하거나 헤미스 축제를 비롯한 라다크의 다채로운 전통 축제에 참여해 현지 문화를 한층 깊이 체험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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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레에 문을 연 더 그랜드 드래곤 라다크는 라다크 최초이자 유일한 5성급 호텔이다. 내부는 고급스러운 앤티크 가구와 오브제로 꾸미고 현지 현대 예술가가 그린 그림을 곳곳에 걸어두어 라다크의 문화 유산과 미감이 조화를 이룬다. 1박 2만5천 루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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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오르는 지구 속 화성
Lanzarote,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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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제도의 란사로테섬은 3백여 개의 화산과 푸른 바다가 교차하는 곳이다. 검게 그을린 적막한 풍경은 모험심을 자극하나, 원시적 해변은 기나긴 휴식을 유혹한다. 물론 란사로테를 찾은 이들은 분화구를 향해 떠나는 모험을 택할 것이다. 1730년에 분화한 ‘불의 산’이 있는 티만파야 국립공원(Parque Nacional de Timanfaya)으로 말이다. 이 공원에는 검고 붉은 대지가 뒤엉켜 있고, 용암지대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른다. 분화 잔해 사이를 걸으며 자연의 강력한 힘에 경외감을 한껏 느껴보자. 란사로테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풍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산재층을 파서 일군 와이너리다. 검은 토양을 뚫고 자라난 초록빛 포도넝쿨은 극한에서도 살아남는 인간의 끈질긴 의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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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란사로테는 란사로테의 전통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티크 호텔이다. 검붉은 풍경과 대비되는 새하얀 외관과 예술적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며, 로컬 와인과 요리의 짙은 풍미도 맛볼 수 있다. 4백90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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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곰과 마주하는 숲속 여행
Great Bear Rainforest,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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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과 접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그레이트 베어 우림은 지구상 최고의 숲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약 6백40만 헥타르 면적의 세계 최대 온대 우림으로, 원주민과 자연의 영혼이 머무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다. 밴쿠버에서 비행기로 90분이면 닿지만, 현대 문명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초목이 무성하고 짙은 안개를 두른 산맥, 흰곰과 혹등고래의 울음이 메아리치는 호수와 피오르. 그레이트 베어 우림의 여행자는 탐험선을 타고 들어가 숲과 호수의 경계를 며칠씩 배회하며 야생동물과 조우하곤 한다. 전 세계에 5백 마리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커모드 곰은 이 숲의 주인이다. 유전적 변이로 흰색을 띠면서도 흑곰보다 사냥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예로부터 신비의 정령곰으로 여겨졌다. 예술적 동작으로 연어를 낚아채는 커모드 곰을 발견하는 순간, 누구라도 숨을 죽이고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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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 베이는 그레이트 베어 우림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웰니스 리조트다. 사우나와 요가 스튜디오를 갖췄고, 전문 가이드의 숲 투어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보트나 수상 비행기로 접근 가능하다. 액티비티 포함 올 인클루시브 3박 8천99캐나다달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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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세렝게티
South Georgia Island,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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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실패를 거둔 탐험가로 꼽히는 어니스트 섀클턴. 그의 리더십을 좇아 오늘날에도 많은 여행자가 사우스조지아섬으로 떠나는 모험을 꿈꾼다. 남극과 아르헨티나 사이, 남대서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이 섬은 지구상 가장 외딴섬이다. 거주자가 한 명도 없는 대신 펭귄과 고래를 포함한 수많은 조류와 다양한 생명체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킹펭귄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사파리 투어와 고래 관찰 크루즈는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 18세기 이 섬을 처음 발견한 탐험가 제임스 쿡 관련 유적과 방치된 포경 기지의 흔적을 둘러보고, ‘세상 끝에 있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사우스조지아 박물관에 들러 섬의 자연사와 문화사를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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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제도나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하는 탐험 크루즈에 탑승해 여정을 시작해보자. 섬 관광 시에도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며 주요 스폿에 정박해 야생동물을 관찰하거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15일 일정 탐험 크루즈 1만3천9백95달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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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미라의 흔적을 찾아
Salta, Argen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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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Merced del Alto
살타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이 도시의 애칭이 왜 ‘라 린다’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어로 ‘미인’이라는 뜻 그대로 독보적 아름다움과 마법 같은 매력을 지닌 곳이니 말이다. 아르헨티나 북서쪽에 위치한 살타는 강렬한 자연 풍광과 다채로운 문화, 풍부한 전통이 어우러진 도시다. 유서 깊은 도심에선 잉카제국의 유물을 전시하는 알타 몬타나 고고학 박물관과 잘 보존된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 과거를 기억하고, 외곽으로 눈길을 돌리면 붉은 바위 절벽이 늘어선 케브라다 데 라스 콘차스 계곡부터 소금 평원 살리나스 그란데스까지 이국적인 경치가 펼쳐진다. 하이킹, 승마, 산악자전거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도전하거나, 카파야테의 고지대 포도밭을 방문해 와인 시음을 즐겨보자. 구름열차에 올라타 해발고도 4,229m의 안데스 고원을 누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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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도 데 카치의 산자락에 둘러싸인 라 메르세드 델 알토는 평화로운 안식처다. 식민지 시대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호텔 부지에선 칼차키 계곡의 풍광이 한눈에 담기고, 로컬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야외 저쿠지를 포함한 스파 시설을 갖췄다. 1박 약 2백90달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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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큰 물줄기를 따라
Verdon Gorge,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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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nathan Viey/The Explorers
라벤더 향만 그득할 것 같은 프로방스에도 탐험심을 자극하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유럽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베르동 협곡이다. 약 25km로 뻗어 있는 이 협곡은 수백만 년간의 지질작용으로 형성돼 인상파의 풍경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백색 석회암 협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에메랄드빛 강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을 평화롭게 만들어줄 정도다. 카약이나 보트를 타고 유유자적 강물 위를 떠다닐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과감하게 베르동의 진면목을 경험해보자. 블랑-마르텔 트레일을 따라 가파른 계곡을 오르내리는 하이킹은 멋진 풍경으로 땀 흘린 수고를 보상해줄 것이다. 베르동은 프랑스 암벽등반의 메카이기도 하다. 협곡 곳곳에 펼쳐진 1천5백여 개의 등반 루트에서는 내로라하는 전 세계 클라이머의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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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의 라 바스티드 드 무스티에는 중세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에 자리하며, 벽돌 건물과 포근한 정원이 프로방스의 매력을 마음껏 과시한다. 미쉐린 1스타와 그린 스타를 동시에 받은 뒤카스의 레스토랑도 함께 있다. 3백40유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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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Hur Taewoo〈피치 바이 매거진〉 편집장
intern editor Kang 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