墨香(묵향)에 담긴 호암의 정신 -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 호암서예전은 열성적인 서예인으로 알려진 호암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호암은 "다만 스스로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하여 글씨를 써올 따름" 이라며 자신의 글씨가 자랑할 만하지 않다고 하였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호암의 글씨를 오랜 수련을 통해 달성한 높은 예술성의 작품으로, 꾸밈이 없으면서 고졸한 맛을 풍기는 정갈한 글씨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생전에 자서전에서 밝힌 대로 "무심히 그은 일 획, 일 점의 운필(運筆)이 마음에 들 때의 희열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다"는 호암의 서예 사랑은 말년까지 집무실 한 켠에 지필묵을 갖추어놓았을 정도로 서예작업을 하는 것을 매일의 일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호암의 이러한 서예 사랑은 단순한 망중한의 여가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쓴 글의 대부분이 호암의 생애를 일관해온 가치를 담은 글귀들이자, 회사를 세우고 키우는 데 바탕이 된 경영철학과 방침들이며, 가족 후배들에게 전하는 애정을 담은 교훈이었다고 합니다. 호암의 철학과 사상을 함축적이면서도 일관되게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서예작품들입니다.
호암은 주로 논어와 같은 경서나 고사에서 따온 글귀를 많이 썼으며, 본인의 경영철학과 생활신조를 짧은 경구로 만들어 서예작업의 소재로 삼았다고 합니다. 호암이 세운 기업들의 경영이념과 운영방침이 서예의 주된 주제가 되었으며 고난과 역경의 삶을 살아내는데 바탕이 되었던 생활신조와 좌우명이 자주 쓰여졌습니다.
호암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만들고 키워내는데 있어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과 경영의 기본을 중시했으며,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서 인재의 육성을 최우선가치로 삼았고, 문화재단과 미술관을 건립하고 도의문화운동을 전개하는 등 기업경영 외에도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호암의 글씨는 이러한 다양한 활동의 배경과 그 바탕이 된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로 그의 기업관, 인재관, 생활관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최신의 경영이론서를 접했을 때도 많은 경우 흥미를 끌지 못한다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경영의 기술보다는 그 저류에 흐르는 기본적인 생각, 인간의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호암은 매끄러운 문장, 허세 있는 글귀보다 근본을 지향하면서도 쉬워서 오히려 아름답고 선명한 글을 좋아했으며 서예작품의 대부분도 그런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월 3일부터 신세계 본점 12층의 신세계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3월 8일까지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와 광주신세계로 순회전시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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