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ITOR-KIDS 전을 개최하며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귄다고 말하는 사람이 등장해 화재가 되었다. 그는 캐릭터가 인쇄된 인형과 항상 함께 다니며 대화하고 식사하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했는데, 이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은 그를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인 ‘오덕’,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의 줄임말)’라 부르며 비난과 비웃음을 쏟아냈다. 왜 사람들이 그를 두고 비웃었는지 짐작해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캐릭터를 실재로 존재한다고 믿고 대하는 것이 일반인이 보기에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이런 반응과는 달리 학계나 예술계에서는 이를 사뭇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버추얼리얼리티(virtual-reality)를 구현하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지금 가상의 존재들이 더 이상 현실 속 존재가 아니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니터-키즈》전은 전시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TV, 컴퓨터 등 모니터와 함께 자라온 작가들이 모인 전시이다. 196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12명의 작가가 모인 이 전시는 누구보다도 TV와 컴퓨터 등 모니터에 익숙한 세대의 작가들이다. 어렸을 적부터 모니터 속의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보고 자란 이 작가들은 과거의 미술이 자연 혹은 현실의 삶을 재현한 것과는 다르게 모니터 속캐릭터들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그들이 표현하는 대상은 1980년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부터 현재 영화 속 히어로들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이런 캐릭터들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간극을 줄인다든지 혹은 더 나아가 예술과 삶의 간격을 좁힌다든지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미 저변에이들이 ‘모니터-키즈’, 즉 ‘모니터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아이들이란 사실이 먼저 언급되어야 한다. 모니터 시대의 작가들에게 모니터 속 가상세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세상이라기보다 현실에 들어와 우리 삶 위에있는 물리적인 존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이 문제에 천착해있다.그들이 재현한 캐릭터는 단순히 흥미위주의 대상이 아니라, 어린 시절 우리의 영혼 속에 존재한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TV를 켜면 볼 수 있던 화면조정이 임신해 있는 모습을 재현한 변대용의 작품이나 만화 속 영웅들을 우습거나, 추하게 표현하여 인간 삶의 희노애락을 보여주는 백민준, 박우성, 유은석, 성태진의 작품 그리고 종이, 스틸, 알루미늄, 필름 등 독특한 재료를 활용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새롭게 재구성한 고근호, 배수민, 양자영의 작품과 자신과 유명 캐릭터의 모습을 함께 그려넣어 삶을 함께 하고 있다고 애기하는 조재홍과 이조흠의 작품, 또 국내 피규어 제작의 대표작가인 김형언의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된 슈퍼맨의 형상 모두 모니터 속 세상이 더 이상 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실과 가까이 있는 세계임을 암시하고 있다.
《모니터-키즈》전을 통해 모니터에서나 볼 수 있던 가상의 캐릭터들이 현실 속에 구현된 모습을 감상하면서잊고 있던 어린시절의 꿈과, 현재 우리의 삶,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상상해보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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