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고전적 본질인 양감(Volume)과 동시대 매체인 사진(Photography)의 결합을 통해 한국 현대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권오상의 개인전이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독창적 예술 세계인 사진조각을 관통하는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연작의 개념적 진화와 함께, 현대 조각의 거장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뻗어 나간 궤적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이전의 조각의 개념이 육중한 물질을 깎아내거나 덧붙여 견고한 질량을 획득하는 과정이었다면, 권오상의 ‘데오도란트 타입’은 그 단단한 덩어리의 내부를 비워내고 시각성을 담보로 얇은 표면을 구축하는 매체적 전환을 이루어 냅니다. 물질이 지닌 고유한 무게감 대신 시각이 지닌 가벼운 환영을 조각의 전면에 내세우며 3차원의 공간 안에서 평면과 입체가 어떻게 융합하고 해체되는지 엇갈리는 장면을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데오도란트 타입’이 2차원의 사진 파편들을 3차원의 구조 내에서 이어 붙여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고 현대 조각의 영토를 확장해왔다면, 최근 작가가 몰두하고 있는 작업들은 미술사적 전통을 기저에 두고 조각의 의미에 대한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갑니다.
권오상은 ‘리클라이닝 피규어(Reclining Figure, 와상)’ 연작들을 통해 20세기 모더니즘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가 탐구했던 비스듬히 기댄 인체의 유기적인 곡선과 덩어리, 그리고 안과 밖을 연결하는 구멍(Void) 등의 조형적 문법을 재해석합니다. 그리고 이는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 파편화된 이미지들의 집합체로 전복됩니다. 관람객은 멀리서 거대한 와상의 형태를 인지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체의 형태는 사라지고 무수한 시각적 정보의 과잉만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대어 누운 조각의 표면을 채운 불규칙하고 무작위의 이미지들은 대상의 본래 맥락을 소거하고, 덩어리 사이에 의도적으로 뚫어놓은 보이드 공간들은 조각의 안팎을 인식시키며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관계합니다. 관람객은 권오상의 ‘리클라이닝 피규어’를 통해 공간을 아우르는 시각적 해체와 조립이 반복되는 긴장감을 경험합니다.
이번 전시는 헨리 무어의 고전적 도상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전복한 ‘리클라이닝 피규어’ 연작을 중심으로 물질과 환영을 격렬하게 횡단하는 조각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조각들 사이를 거닐며, 한국 현대 조각의 지평을 넓혀온 권오상의 독창적인 예술적 계보를 깊이 있게 확인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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