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WAVE
분더샵과 엑시츠만의 시선으로 채집한 신진 디자이너들을 조우했다.
손길에 깃든 실험 정신, 파울린 두얀코트
결합과 해체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디자이너 파울린 두얀코트의 철학이 담긴 룩이 분더샵에 상륙했다. 크로셰와 손뜨개질 같은 전통 기법을 현대적 구조와 패턴, 실루엣으로 재탄생시킨 디자인이 특징인 브랜드로 2024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8인에 선발되며 주목을 끌었다.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인 파울린 두얀코트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을 전공하며 니트 소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니트를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뜨개질하던 기억을 살려 작업에 도입하면서 빠지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니트웨어에 집중하게 된 그녀는 니트 소재에 금속 장식을 더한 주얼리 니트를 탄생시켰고, 이는 브랜드 대표 아이템이 되었다.
또 다른 특징은 스토리텔링이다. 그녀는 디자인할 때 이야기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경험한 감정과 기억에서 영감받은 음악과 색감을 토대로 컬러와 드레이프부터 실루엣, 텍스처, 실까지 옷을 구성하는 곳곳에 응용하며 독창적 세계관을 완성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예 디자이너는 장인 정신을 중시하고
슬로 패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패션의 진정한 가치와 지속성, 유일함을 추구하는 파울린 두얀코트의 룩은 분더샵에서 만나볼 수 있다.
editorLim Najung, Yu Jieun
PAULINE DUJANCOURT
패션에 이야기를 담는 디자이너.
Q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는가?
A 최근에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봤다. 정교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가 인상적이었다
Q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은?
A 빌리 아일리시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마틴 로스 그리고 에르마노스 구티에레스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Q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A 니팅과 위빙 등 공예적인 요소가 많아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 대부분 런던 스튜디오에서 직접 조립과
마감 처리를 하고 일부 니트는 페루와 프랑스에서 제작하기도 한다. 완성도 높은 룩을 완성하기 위해
섬세한 시스템 아래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노력한다
Q 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A 포토그래퍼 팀 워커!
그만의 독창적 세계관에 내 디자인이 녹아든 새로운 스토리를 연출해보고 싶다.
Q 쉬는 시간에는 주로 무얼 하는가?
취미가 다양하다. 영화, 연극을 보거나 핫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수공예적 디자인을 주로 하다 보니 휴식 시간에도 대부분 뜨개질을 하고 있다.
Q 자신만의 아침 루틴이 있다면?
커피를 마시며 함께 지내는 앵무새 세 마리와 시간을 보낸다. 가장 마음이 평화로운 시간이다.
RIVER GARAM JANG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실용적 쿠튀리에.
Q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A 루이즈 부르주아. 그녀의 작업물은 특유의 여성성은 물론 기억,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조형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내면 깊숙한 곳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점이 영감을 준다.
Q 좋아하는 영화는?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평소 다큐멘터리 영화를 즐겨 본다.
최근엔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을 담은 〈퍼펙트 데이즈〉를 인상 깊게 봤다.
Q 나만의 뷰티 아이템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향이 강한 제품은 자제 중인데, 은은한 향기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샴푸와 컨디셔너를 즐겨 사용한다.
Q 즐겨 듣는 음악은?
푸마 블루의 ‘Moon Undah Water’를 자주 듣고 있다.
Q 최근 수집하거나 몰두하는 물건이 있다면?
영국과 일본에서 생활하며 차(茶)의 즐거움을 깨우쳐서 차를 수집하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됐다.
매일 아침 말차를 격불하고 고양이 밥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Q 휴가가 주어진다면 떠나고 싶은 나라는?
전혀 다른 문화권인 모로코의 도시 페즈에서 전통 가죽 염색 공방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손길과 색감, 삶의 방식을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
리얼 웨이에 침투한 쿠튀르 판타지, 리브 노부히코
지난 4월, 도쿄에서 첫 피지컬 쇼를 선보인 신진 레이블 리브 노부히코는 한국인 디자이너 리버 가람 장(장가람)과 일본인 디자이너 노부히코 코하마가 의기투합 해 설립했다. 런던의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함께 여성복을 전공한 두 사람은 디올, 셀린느, 랑방 등 내로라하는 하우스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21년, 브랜드 창립의 뜻을 모았다. 리브 노부히코의 슬로건은 ‘Wild Luxury: practical couture’. 소수만 향유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실용적 쿠튀르를 만들겠다는 일념을 담았다.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싸개 단추를 비롯해 섬세한 자수와 장식 디테일 등 쿠튀르적 요소를
데일리 웨어에 적절히 믹스해 일상에서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옷으로 탈바꿈시켰다.
그저 감상하는 작품이 아닌, 현실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리브 노부히코는 ‘균형’을 맞추는 데 탁월한 장기를 드러낸다. 성별이 다른 이 듀오 디자이너는
여성 입장에서 직접 입고 싶은 옷에 접근하고, 남성 입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함께 골몰하는 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배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창의성에 몰두하던 런던 학부 시절과 소비자 친화적인 한국의 패션 시장 그리고 두 요소를 넘나드는 일본에서의 생활이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균형 감각을 일깨운 것. “저에게 아름다움이란 전혀 다른 요소들 사이의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美)를 정의하는 리버 가람 장의 말은 이들이 추구하는 미학을 가늠케 한다.
리브 노부히코의 아름다운 피스들은 신세계 엑시츠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