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는 지난 1998년부터 남도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을 위한 시리즈 전시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는 남도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 자연을 주제로 삼아 화가 문인 등 예술가들과 함께 특정한 지역을 답사하고, 그 경험과 느낌 생각 영감을 표현한 작품과 글을 전시하고 책으로 담아왔습니다.
올해 열다섯 번째 ‘남도문화’의 테마는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보고로 ‘남도답사 일번지’라는 수식어가 붙는 ‘강진’입니다. 강진의 자연환경은 내륙은 월출산과 수인산 만덕산 천관산이 견고하게 에워싸고 있으며, 내륙 깊숙이 들어온 강진만이 넓게 펼쳐진 기름진 개펄 사이를 흐르는 탐진강과 만나 이룬 개방된 해안은 중소형 배가 운항하기 좋고, 마량 앞바다는 섬과 반도로 둘러싸여 잔잔하면서도 수심이 깊어 큰 배가 드나들기에 적합하여 안온한 육상과 개방된 해상의 조합으로 풍부한 물산과 문화의 교류와 발전을 담보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고려시대의 상징인 비색 청자를 탄생시키고 왕실의 보물을 생산하는 거점이었던 강진만 일대의 도요지는 우리 도자문화 전성기의 중심지입니다. 고려 개국에 이바지한 무위사와 고려 후기 불교 정화를 내세운 결사운동이 시작된 불교의 성지이며, 실학사상의 거두인 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하고 그 실천으로 교육에 매진함으로써 호남의 학문적 전통을 뿌리내린 곳 입니다. 이런 종교 사상 문화적 유산은 지역의 향토색과 어우러져 지금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낮지만 굳센 산과 유순한 언덕들이 어우러진 사이로 펼쳐진 옥토와 그 사이를 흐르는 강, 여러 생명을 키우는 뻘과 큰 바람에도 안전하고 기름진 바다라는 천혜 자연을 품에 안은 강진은 아름다운 풍광과 질 좋은 먹거리가 가득했습니다. 그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땅과 물을 닮아 풍부하고 아름다웠으며, 빠른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자부심 넘치는 전통과 터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그들이 가진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누구나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공동의 자산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술가와 시인 문인이 함께한 뜨거운 7월의 2박 3일은 강진의 오래 묵은 맛과 아름다움을 두루 돌아보기에 너무나 짧고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강진으로 향하는 길의 첫걸음은 디뎌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웅숭깊은 맛에 대한 매료가 이들 예술가들의 가슴에 남았다면 그로써 여행의 목적은 이룬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예술가들의 가슴과 머리에 남은 강진의 흔적을 담은 것이 이번 전시입니다. 작가들이 만들어낸 형상과 문자는 강진의 재현이 아니며 오감을 열어 들여다보고 느낀 후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강진의 숨결입니다.
강진은 자연과 사람 천 년의 유산으로부터 만들어지되 보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해석해서 만드는 개별적인 존재입니다. 그만큼 크고 풍부한 대상을 짧은 시간과 공간의 체험으로 특정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각자의 강진을 들여다보고 느끼기 위해 강진으로 떠나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희가 보지 못한 강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가 스무 명이 각자 다른 강진을 발견하였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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