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섬세한 감수성과 절제된 미감을 담는 사진 작가 구본창 전시를 개최합니다.
구본창 작가는 대상의 본질에 있는 빛을 가장 분명하게 이끌어내는 사진작가로 유명합니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사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수집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반년간 회사를 다닌 후 모든 것을 그만두고 독일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교에서 6년동안 조형과 사진, 디자인을 공부했던 특이한 경력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닌 그만의 호기심과 숨길 수 없는 재능 때문일 것입니다.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 중반 독일에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후 1999년 도쿄 사진비엔날레와 2001년 루앙프라방 비엔날레에서 진가를 인정받았으며, 국내외 유명미술관에서 30여차례의 개인전과 60여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예술 작품 전시 외에도 영화포스터와 패션브랜드 광고 촬영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 사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부분을 인정받아 4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구본창 작가는 ‘백자’, ‘숨’, ‘탈’ ‘태초에’ 등의 시리즈가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외에도 작가가 연구하고 바라보는 대상은 작은 비누에서부터 바다의 풍경까지 다양합니다. 그는 대상과의 교감이 에너지로 필름에 녹아 든다고 표현합니다. 필름에 녹아든 에너지는 마치 작가가 찍은 백자에 물이 담기듯 사진에 생명의 정수를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꽃의 정수가 담긴 <DF> 시리즈를 처음으로 발표합니다. 그의 작품은 붉은 꽃조차 단아하고 조용합니다. 꽃이 만발한 화려한 순간이기 보다는 작가가 지금껏 작업을 해오듯 대상을 바라보며 애틋하게 쌓아온 시간이 사진에서 드러납니다.
함께 전시되는 <화이트 White> 시리즈는 2002년 피바디엑세스 박물관에서 발표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얼핏 보았을 때 사진에 찍힌 대상이 무엇인지 쉽게 구별할 수 없는데, 다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얼기설기 엮인 가늘고 긴 가지들과 나무의 눈이 달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늦겨울의 섬세한 나뭇가지들과 새하얀 순수함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죽음과 맞닿아있을 때 생명이 발산하는 청명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이처럼 작가는 주변의 소재 혹은 잊혀져 가는 대상을 통해 삶의 의미나 존재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는 연구를 계속하며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생의 시간을 축적해나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가가 마주하는 시간의 일면을 작품으로 감상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끝을 보듯 숨을 멈춘채 눈과 마음을 집중하고 사진에서 울려나오는 공명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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