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화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구름의 화가로 알려진 강운의 초대전 ‘Touch the air’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캔버스에 천연재료로 염색한 한지를 덮어 배경색을 만든 후, 얇고 작은 한지조각을 겹겹이 붙여 변화무쌍한 구름의 형상을 표현한 <공기와 꿈> 시리즈와 단 한번의 붓질로 화선지에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져가면서 추상적인 형태를 완성하는 <물 위를 긋다>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그 동안 작가는 <공기와 꿈>, <물 위를 긋다>라는 내용과 형식이 전혀 다른 두 시리즈로 ‘행위’와 ‘수행’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실험을 해왔습니다. 퍼즐을 맞추듯 한지를 한 장, 한 장 붙이는 행위와 일필일획의 물감 번짐은 재미있는 놀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수행하는 것과 같이 반복되는 그의 창작과정은 자아성찰을 위한 정신적 수련의 시간이 주는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관찰대상(구름)을 상대적으로 빠르고, 좀 더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는 유화를 뒤로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중첩된 한지를 통해 <공기와 꿈> 시리즈를 제작해 왔는데, 그의 화폭 안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시간과 작가의 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기 중의 수분 입자가 모여 만들어지는 구름과 같이 작가는 작은 한지 조각을 시간을 갖고 천천히 쌓아 올려 수분 입자들의 흐름과 자연의 생명력을 담은 자신만의 구름을 만들어 냅니다. <물 위를 긋다> 시리즈는 수 천장의 한지 위에 그은 한 번의 붓 터치와 물의 양에 따라 발생하는 번짐 효과를 통해 생기는 조형적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순간의 행위로 만들어지는 우연의 결과, 무언가 그린 듯 하지만 아무런 형태도 없는 이 시리즈에서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형식적 묘사보다는 일련의 과정에서 진행되는 정신적 수양과 그 안에 집결된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가는 대기의 자연현상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자신을 비우는 수행과정을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구름의 형상과 물감의 번짐 현상이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보이지 않은 ‘실재’입니다. 같은 대상인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은 서로 다른 느낌을 받듯이 이번 전시를 통해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 강운의 작품을 보면서 각기 다른 감성적 체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물과 공기의 조화가 만들어 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의 작품 속에서 감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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